통영, 열 두 번째 빨간 날

내륙을 떠나, 섬으로

by MinChive

통영의 내륙 지역에서 갈만한 곳을 다 도는데, 약 2달 반 정도가 걸렸다. 사실 지리를 몰라서, 관광이 아닌 퇴근 후 잠깐잠깐 시간을 내서 가는 곳들이어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효율적으로 경로를 잡으면 2박 3일이면 빠듯하게, 그 이상의 일정을 잡으면 넉넉하게 다 갔다 올 수 있을 정도로 통영 내륙 지역은 좁다. 이런 이유에서 여기서 오래 근무하신 토박이 주사님들은 '이제 (통영을) 반 돌았네'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 그렇다, 내륙은 통영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섬에 있다.




1. 비진도

통영항에서 13km 떨어진 한산면 비진리 외항마을에 위치한 비진도 산호빛 해변은 해안선의 길이가 550m 되는 천연 백사장이다.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은 데다 수온이 알맞아 여름철 휴양지로는 최적지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늦가을~겨울 시즌이라 사람들이 없는 시즌에 갔지만, 여름에는 스노클링과 패들보트, 태닝하는 사람들 등을 볼 수 있을 거 같다. 이곳의 백미는 물의 색이다. 남해 바다가 아무리 깨끗하다고 하지만, 여기만큼 물빛이 맑고 깨끗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해변 언덕에는 수령 100년 이상의 해송 수십 그루가 시원한 숲을 이루며 운치를 더해주고 있어 굉장히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 비진도의 또다른 매력적 장소는 비진리 외항마을에 위치한 비진도 해수욕장이다.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여 있으며 특이하게도 해안선의 길이가 육안으로 대략 500~600미터 정도인데, 천연 백사장을 사이에 두고 안섬과 바깥 섬, 두 개의 섬이 아령처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해변의 앞, 뒤가 모두 바다라는 점이 특징이며, 서쪽 해변은 잔잔한 바다와 모래가 덮인 백사장인 반면, 동쪽 해변은 거친 물살과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몽돌해변이라는 것이 이색적이다. 또 양쪽이 바다이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뒤에 얘기할 두 섬보다 여기가 제일 머릿속에 가장 남는 이유가 이런 풍경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배편은 한솔해운(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고, 사실 현장에서 끊어도 성수기가 아닌 이상 자리는 남는다. 시간표를 조금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6시 50분(7시) 첫 배를 시작하여 2시간 간격으로 통영에서 출발하는 배가 15:10(성수기, 날씨에 따라 17:00까지)까지 있고, 돌아오는 배편은 9:30,9:50 배가 운행한 뒤 12시부터 6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18:00까지 있다고 대략적으로 머리에 그리고 가면 편하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비진도로 들어오는 배를 타고 오는 길에 해금강 및 십자동굴을 함께 구경할 수 있고 주변 일대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만큼 오가는 길마저도 즐겁다.


2. 소매물도

행정구역상으로는 통영이지만, 통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제에 가까운 섬이 소매물도다. 실제로 거제 저구항에서 가면 40~50분만 배를 타면 되지만,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타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배편도 거제 쪽이 훨씬 더 자주 있다. 다만 통영에서 배 타고 간다면 한산도와 비진도 구경을 맘껏 할 수 있다.


소매물도 키워드는 '바위'라고 볼 수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쿠크다스 섬, 예전 1986년 쿠크다스 광고에 나온 섬이라 그렇게도 부른다고 한다.)의 기암괴석과 총석단애(교과서에서만 보던 걸 실제로 보다니!)가 특히 절경이며, 썰물일 때는 이 두 점이 연결되어 건너 다닐 수 있다.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글씽이굴은 볼 때마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준다. 볼거리를 하나 더 추가한다면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보면 기암괴석으로 이어진 바위 전체가 거대한 공룡이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소매물도의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위에 있는 바위가 조금 크고 검다고 해서 숫바위, 아래에 있는 바위를 암바위라고 한다.


이곳의 배편은 거리가 거리이니만큼 배편 수도 적다. (각 4회씩) 그러니 꼭 타이밍 계산에 신경을 써야 하고, 앞에서 언급된 두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하는 길을 보고 건너가려면 썰물 때까지 계산을 하여야 한다. 다행히 비교적 길은 험하지 않아 예상 소요 시간대로만 잘 조절하면 무리 없이 섬을 감상할 수 있다. 덤으로, 아이들과 함께라면 유익한 지리, 혹은 과학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3. 사량도

사량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며, 약 1.5㎞ 의 거리를 두고 윗섬과 아랫섬, 수우도의 세 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등산과 낚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어른들이 참 좋아하시는 산이다. 사실 사량도는 전형적인 '부장님 주최 등산'에서 가게 된 것.) 등산과 해수욕은 주로 윗섬에서, 낚시꾼들은 아랫섬을 주로 찾는다.


윗섬에는 육지의 산에 비해 높이나 규모는 작지만 산행코스나 암릉미에 있어서는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지리망산, 일명 '사량도 지리산' 이 솟아있다. 일반적으로 돈지리를 기점으로 하여 지리산(398m), 불모산(400m)을 거쳐 옥녀봉(303m)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는 약 6.5km로 산행에는 총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빼어난 암릉과 바위 봉우리들로 인해 많은 등산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기도 하다. 암릉과 바위 때문에 이 곳에 갈 때는 등산 풀장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등산화, 혹은 적어도 트레킹화 정도는 필수적으로 챙겨가야 한다. 산세가 험하다. 대신 오르다 보면 자신의 발 밑에 깔린 남해바다를 즐길 수 있다. 풍경만 놓고 본다면 1위라고 생각한다.


사량도 산행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바다낚시이다. 특히 아랫섬에만 약 7개의 갯바위 낚시 포인트가 있는데, 1년 내내 뽈락, 도미, 도래미, 광어, 감성돔을 찾는 낚시광들이 많다. 또한 잡히는 물고기가 많다 보니 이곳에 횟집들이 많은데, 값에 비해 양과 질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회를 어느 집에 가도 맛볼 수 있다.


이곳의 배편 특징은, 일단 통영여객선터미널이 아니라 통영 가오치 여객선 터미널, 통영항, 삼천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타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사량도는 섬 자체가 넓어 드라이브를 하기 좋고(해보니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 점을 고려한 탓인지 카페리가 가능한 배들이 있으니 차를 가지고 갈 여력이 있는 분들은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섬 안에서 콜을 부르는 것은 값이 비싸다.




앞에서도 한번 언급했듯, 나는 통영을 조선의 나폴리라고 표현하기보다는, 통영시의 홍보문구처럼 '바다 위의 땅'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통영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한산도, 비진도, 장사도, 매물도.... 업무를 하면서 익힌 섬이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어느 정도는 날 만큼 섬이 정말 많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작년 이맘때쯤부터 본격적으로 섬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누군가가 2019년에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통영에 있으면서 섬을 너무 늦게 다니기 시작했던 거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keyword
이전 12화통영, 열 한 번째 빨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