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내일은 이런 모습이길, 리스타트 플랫폼
누군가와 통영 얘기를 나누면, 통영을 참 '아름다운 도시'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통영 칭찬을 하다 보면, 정착할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왜 안 남고 다시 서울로 왔냐는 물음을 던지신 분들이 많았다. 그럴 때는 '에이, 그래도 서울 물 한번 먹어봐야죠. 언제까지 산(평창), 바다(통영)만 보고 사나요. 저 그리고 어쨌든 집이 강원도잖아요. 너무 멀어요.'라며 얼버무렸다. 사실, 통영 출신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까봐 이런 대답을 하였으나, 통영을 떠난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다. 통영은 사람으로 치자면, '한때 엄청 잘 나갔던 스타인데 지금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번 정도는 그 명성을 듣고 만나 서로 명함을 주고받기는 했는데, 좀 지내다 보니 그 명성보다는 못해 다시 만날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할 거 같은 사람.
그런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관광지구를 벗어나면 도시가 '초라하다.' 관광지구 밖은 닫힌 상가가 많고, 관광객이 적을 수밖에 없는 평일(특히 수~목)에 밖을 나와보면 내수가 너무 안 좋고, 조선소가 닫은 후 실업률이 늘었다는 옛 기사들이 피부로 느껴진다.
섬 사람들은 폐쇄적이라는 말을 여기 분들은 끔찍이 싫어하시지만, 제삼자가 봤을 때는 폐쇄적인 경향이 확실히 있다. 좋지 않은 경기, 폐쇄적인 경향, 이 두 가지가 겹쳐져서 올 7월 보도된 '지적 장애인 양식장 착취'사건 같은 것이 일어났다고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양식장 사례가 굉장히 악질적이고 죄질이 나빠서 보도가 된 것일뿐, 근무를 하다보면 유사한 사례는 종종 있어왔고 벌금 집행 현장을 돌다보면 자주 보게 된다. 수당이 나와야 돈을 내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
멀리 있지 않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 신새벽에 인력시장에 나가 하루 종일 배 타고 들어오시는 아저씨, 거제 조선소 하청업체에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 등... 문제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 공정한 절차(노동청 신고라든지 꼭 우리 검찰로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조치들이 많다.)를 밟으려고 할 때 주변의 태도다. '조용히 넘어가지, 왜 벌금 받으러 와서 받으라는 벌금은 안 받고 일을 키우려고 하냐'는 동네 주민들의 시선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안에서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태도. 이게 폐쇄적이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한바탕 벌금으로 이곳저곳 입씨름을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늘 보이던 폐조선소. 그것만이 그 옛날의 좋은 시절을 어렴풋이 보여줄 뿐이었다. 그 뒤로 들리는 통영 토박이 출신의 주사님의 그때 그 시절 이야기, 그때는 경기가 좋아서 이렇게 자주 출장 안 가도 벌금이 알아서 납부가 잘 됐다고.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그 한숨 섞인 말이 통영의 현주소를 백 마디 말보다 더 생생하게 들려줬다.
그래서였을까,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리스타트플랫폼 개소 팸플릿에 그날따라 눈이 끌렸다. 어쩌면 이게 말 그대로 통영이 '다시 시작하는'방향을 잡아주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 호기심도 있었고, 마침 통영에서 다니던 기타 학원 선생님(개인적으로 참 부러웠던 분이다. 마음 맞는 분들하고 다니면서 밴드를 만들고, 팔리지는 않았지만 앨범까지 내셨다. 심지어 멤버 모두 다 자기 주 직업은 따로 있으셨다.*)이 개소식 행사기간 동안 공연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 보았다. 안내판을 보니,
1층: 아트홀 통(소극장) / 갤러리 영 / 지역창업커뮤니티센터(판매형점포)
2층: 창업 카페·라운지plus
3층: 세미나실 #01-#05 · 미디어실 / 북라운지 ‘책피랑’
4층: 창업LAB #01-#18
5층: 지역관광협업센터 <남해안여행라운지>
6층: 브리핑룸 / 옥상정원
사실 '통영리스타트플랫폼'이라고 이름을 들었을 때는 '근데 정확히 거기 뭐하는 곳인데요?'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안내판으로 컨셉이 잡혔다.
결국 이곳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문화·예술·관광사업의 취·창업을 지원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컨텐츠를 제공하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조금 규모가 있는 '문화센터'라고 봐도 무방할 거 같다. 다만, 수도권에 있는 문화센터들이 교육, 공연, 전시 쪽에 힘을 싣는 것과는 다르게 관광/사업 쪽에 좀 더 힘이 실린 느낌이다. 위에 사진으로 보이는 크레인 부분에 앞으로 야외 공연장이 생긴다고 하니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으나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여기서 잠깐 놀란 것은, '젊은'창업자들이 은근히 많다는 점과 꽤나 괜찮은 방향의 교육과 취업 관련 워크숍이 많다는 점이었다. 콘텐츠 기획, 독립영화 제작, 소셜 벤처사업 등 잘만 되면 팸플릿에 써진 '통영형 일자리'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영에는 이미 관광에 특화된 자연환경이 있으나, 그에 걸맞은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대로 제작할 사람들이 생기고, 이미 통영에는 자연경관에 반하여 정착한 예술가들이 차려놓은 공방, 작업실들도 간혹 보이니 잘만 융합되면 괜찮은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사실 통영도 언제까지나 빼어난 자연경관, 이순신, 박경리, 윤이상으로만 콘텐츠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을 테니 제2의 박경리, 제2의 윤이상을 키워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도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젊은 피들이 모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어르신들 중에서는 저기에 뭣하러 저런 공간을 만들었냐고, 딴따라 천지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물론 다 그런 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시다.) 이 분들은 아직까지 노동만이 신성한 것이고, 예술계열 사업은 '딴따라'로 보는 마인드가 있다. 그리고 기타 선생님의 공연 뒤에 들은 공무원들의 예술사업에 대한 인식을 들으니 여전히 멀었다는 생각도 안 들 수가 없었다. [(ex) '저작권 협회에 등록이 안 된 음악은 그냥 가져다 써도 된다.'는 식의 마인드]
여기를 시작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통영에 다시 올 때는 폐쇄적이고 고루한 모습이 아닌 저 첫걸음이 발전해서 많은 것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한때 엄청 잘 나갔던 스타인데 지금은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한번 고꾸라졌지만, 재기에 성공한 스타'같은 통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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