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ewell, Tongyeong
'지민아, 지검에서 연락왔다. 너랑 oo이랑 **이랑은 중앙으로 간다카네.' 아... 드디어 이 긴 여행이 끝날 날이 정해진 순간이었다. 한동안은 싱숭생숭한 마음에 일이 손에 안 잡혔다.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다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처음으로 한 일은 인수인계서 작성과 사무실 물건 정리였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내 업무는 아는 수습 후배가 맡기로 되어있어 이미 많이 가르쳐놓은 상태였다. 깔끔한 인수인계를 위해 최대한 자세히 다시 인수인계서를 정리하고, 미제는 2주에 걸쳐 후배와 일을 같이 하며 업무 전반적인 실습을 겸하여 처리를 했다.
2020년 2월 28일, 마지막으로 서울로 갈 마지막 이삿짐을 정리했다. 중형 캐리어 두 개와 손에 익은 기타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방이 되었다. 채움을 향해 달려갔던 1년을 비움으로 바꾼다는 것은 생각보다 마음이 헛헛하지 않았고, 오히려 신기하게도 충만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봄에 가까운 시기였지만, 바닷가는 아직 조금 추웠다. 하지만 2019년 내내 식탁에 먹을 것을 대주고 여러가지 생각을 할 때 옆에 있어준 것에 대한 인사도 안 하고 가는 것은 사람된 도리가 아닌거 같아 천천히 걸어서 바다로 나갔다.
노을빛으로 물든 저녁이 되어서 바다에 도착하니, 모든 순간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통영은 나에게 처음의 도시였다. 공무원 생활의 처음 발령지, 처음 본 남해바다, 처음 해 본 낚시, 처음 배워본 기타... 여러 '처음'들이 여기에 있다. 영화처럼이 아니라 진짜 영화 한 편을 여기서 찍을 수 있게 해 준 곁의 사람들, 환경, 사건들에게 감사했다.
해가 바다에 잠겨 어두워지니, 처음 여기에 왔던 그 날처럼 얽메이지 않는 여행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얽메이지 않고, 자유로워서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모두 다 내려놓고, 바닷가에 조용히 읊조렸다. '안녕히, 그리고 다시 만나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