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참치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다 보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량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쇼핑몰들을 보니 국내에서도 봄 시즌에 한해 한두 차례 자연산 생참치가 유통되는 것 같았다. 어획 쿼터로 특정 시기에만 생참치가 유통되는 모양이다. "생참치"로 검색해 보면 판매하는 곳이 여럿 있으니 관심 있으면 사볼 만하다.
몇 년 전에 통영에서 양식된 참다랑어를 생참치로 판매하는 것을 먹어보고 그 감동을 잊지 못하여 이번에는 국내에서 어획되는 자연산 대형 참다랑어를 한번 구매해 보았다.
참다랑어 속살(아카미) 부위이며, 700g이다.
가격은 100g에 6,500원 정도인데, 냉동 참다랑어 속살 A급이 보통 1만 원가량에 판매되는 것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다.
이제 얼리지 않은 생참치를 한번 먹어보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상태가 좋진 않다.
아무래도 참치 한 마리를 소분해서 판매하다 보니 출하시기에 따라 숙성도가 많이 영향을 받는 듯하다.
자세히 보면, 이미 부패가 진행되어 갈변된 곳도 있었다.
또 하나 심각했던 건 방혈(피 빼기) 상태이다.
참치 원양어선에서 잡는 참치 전문 배의 경우 선도 관리가 잘되어 잡자마자 피를 빼고 냉동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살 속에 혈이 덜한 편이다. 또한 혈의 상태에 따라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매우 신경 쓰는 것 같다.
국내산 참치의 경우 전문적이지 않기 때문에 방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단 얘긴 심심치 않게 들었었다.
군데군데 피가 고인 살들, 갈변된 부위, 스지(힘줄)가 심한 부분들을 계속 잘라내다 보니..
뼈 없이 살로만 이루어진 속살임에도 불구하고 수율이 70%도 되지 않은 느낌이다.
여하튼 최대한 먹기 좋은 상태로 손질을 하였다.
여기서 생참치 특성을 느낄 수 있는데, 일반적인 냉동참치의 경우 냉동된 상태에서 해동, 숙성 과정을 거치며 적절한 수분의 양을 유지시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상태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근데 생참치의 경우 바다에서 잡힌 생선이 택배를 거쳐 나에게 오기까지의 시기가 소비자마다 들쭉날쭉하여 참치의 숙성 상태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가 없다.
이번에 내가 받은 참치의 경우 수분이 너무 많이 빠져서 살 자체가 푸석푸석한 상태였다.
해동지나 숙성시트로 적절하게 피와 수분을 제거하면 맛있게 느껴지지만, 과도하게 수분을 제거하면(이때 그나마 조금 있던 기름기마저 다 빠짐) 바짝 마른 생고기를 먹는 느낌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차려보았다 :)
수분이 거의 없어서 피맛은 전혀 나지 않았지만, 대신 맛도 그리 좋진 않다.
이 사진을 보면 표면의 건조함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냉동참치라도 수분 조절을 잘하면 기름기가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사제 초대리로 만든 초밥의 힘을 빌려 춘식이 소주잔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먹다 보니 내부에서 조금씩 기름기가 올라오면서 좀 더 보기 좋은 상태가 된다.
속살만 먹으면 물리기 때문에 코리안 스타일로도 먹어본다. ㅋㅋ
생참치는 냉동 참치의 번거롭고 어려워하는 해동/숙성 없이, 받아서 바로 먹을 수 있다고 홍보하긴 하지만 생물인 만큼 개인별로 선도차가 심할 것 같다. 특히 기름이 많은 뱃살의 경우 속살에 비해 부패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기도 하다.(이게 내가 속살만 주문한 이유..)
돈 주고 복불복을 빌어야 하다니.
그래서 생참치에 대한 내 총평은 이렇다.
생참치는 전문점에서 전문 셰프가 차려주는 걸 사 먹도록 하자.
* 추신
사실 몇 년 전에도 생참치를 집에서 차려먹은 글을 쓴 적이 있고, 그땐 극찬을 했었다.
왜 그때 먹은 생참치는 이토록 퀄리티가 좋았나 생각해 보면..
1. 당시 특정 쇼핑몰에서 이벤트성으로 일괄 주문을 받아서 생참치를 팔았기 때문에 출하기간이 매우 짧았을 것 같다.
2. 자연에서 잡은 게 아니라 통영에서 양식으로 기른 참다랑어였다. 당연히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고 방혈 작업들이 잘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