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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Nov 28. 2020

집에서 먹는 생참치라니..

우리나라에서 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했단 소식은 2년 전쯤 들은 것 같다.

그 어렵다는 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하고, 얼마 전부터 몇몇 쇼핑몰에서 얼리지 않은 양식 참다랑어를 팔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참치나 냉동 참치나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었다. 워낙 초저온 냉동 기술이 발달했고, 해동이나 숙성의 기술만 잘 살리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맛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튜나 팩토리(내돈내산) 쇼핑몰에서 생참치 뱃살 200g과 속살 200g을 주문해 보았다.


이렇게 블럭으로 가공된 속살(위)과 뱃살(아래)이 각각 200g씩 도착하였다.


바닥에는 수분을 빨아들이는 습지가 있었다. 


냉동참치와 다르게 따로 해동/숙성이 필요하지 않고, 바로 썰어먹으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긴 하다.


해동지로 감싼 후 비닐백으로 공기가 통하지 않게 잘 싸서 잠시 냉장실에 보관하였다.


상태를 좀 보자.

뱃살은 중간중간 혈이 좀 있어서 보기에 좋진 않았다. 좀 더 깨끗하면 좋았을 것을..

속살의 경우 색상이 선홍색이어서 눈다랑어 속살을 보는 느낌이었다. 적신 또는 붉은살이라 불리는 부위이기 때문에 좀 더 검붉은 색상을 기대하던 나에겐 약간은 실망이었다. ㅎㅎ


회를 썰어 보았다.

해동한 냉동 참치와 크게 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확실히 썰리는 느낌이 부드럽긴 했다.

이틀 정도 잘 숙성시킨 참치 같았다.


비싼 거니까 금가루도 살짝 뿌려주도록 하자. ㅋㅋ


맛은 어땠을까.

음..




사실 난 요즘 참치를 잘 먹지 않는다.

근래들어 참치 특유의 비릿한 느낌이 싫어지기도 했고, 뱃살에서 나는 눅진한 기름 맛이 부담스러웠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속살(아카미)마저도 피 비린맛이 자꾸 느껴져서 꺼리게 되었다.

참다랑어 속살은 수요 미식회에서 황교익이 쇠맛이라고 표현했던 피비린 맛이 나는데, 언젠가부터 그 맛이 점점 크게 느껴지더니 입 안에 피맛만 느껴지는 지경까지 왔기 때문이다.


근데 이 생참치의 속살은..

너무 놀라웠다. 

그 쇠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피맛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아주 잘 숙성되고 부드럽지만 기름맛이 없는 담백한 연어(가 있다면..)를 먹는 느낌이랄까?

깜짝 놀랐다.

뱃살도 신기했다. 기름진 맛이 충분히 입안을 감싸고 있었지만, 한두 점 먹으면 느끼해서 먹고 싶지 않던 그 뱃살 아닌 그냥 부드러운 뱃살이었다. (물론 몇점 더 먹으니 느끼해서 싫어지긴 했다)


이건 해동/숙성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왜냐면 내 숙성 실력이 미천하다고 하더라도 요즘 가본 모든 참치전문점에서도 난 참치가 그다지 맛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이래서 생참치를 찾는구나 라는..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맛이었다.


첫날은 이쯤 하고, 절반쯤 남긴 참치를 다음날 초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루 동안 냉장실에 숙성시킨 참치를 꺼냈다.

많은 사람들이 회를 오래 두면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 참치나 방어 혹은 대형 참돔, 광어들은 며칠씩 냉장 보관하면서 먹어도 맛이 괜찮다. 오히려 감칠맛이 올라와서 더 맛있다.

단, 보관시 밀봉해서 최대한 공기 접촉을 피해야 한다.


초밥을 만들기 위해 약간은 얇게 썰었다.

오랜만에 오이 군함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뱃살도 잘게 다졌다.


그리고 초대리를 준비한다.

초대리는 역시..


제품이다. ㅋㅋ

어디서 사은품으로 받았던 거 같은데, 냉장고에 있길래 꺼내봤다.


햇반 두 개를 데운 후 초대리랑 잘 섞어두었다.


그리고 만들어 본 초밥과 오이 군함.

냉동실에 예전에 사 둔 날치알도 있어서 함께 했다.


역시 느끼한 뱃살은 초밥이 제격인가 보다.

고추냉이를 아낌없이 넣었는데도 참치 기름기 때문에 초밥이 전혀 맵지 않다.

오이군함에는 원래 쪽파를 올려야 하지만, 쪽파가 없어서 부추로 대신했다. 

어차피 데코니까...



생참치에 대한 내 평은 이렇다.



한 번쯤은 먹어 볼 만하다.


1. 가격이 너무 비싸다.

냉동참치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속살은 100g에 1만 원 정도이며, 뱃살은 100g에 2만 원 가까이한다.

혼자 먹으면 참치값만 대략 4~5만 원 가까이 나오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웬만한 참치전문점 가서 다양한 요리와 함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가격이다.

국내 양식이 더 활발해져서 좀 더 저렴해지길 기대해 본다.


2. 속살은 감탄했다.

속살(아카미)은 정말 감탄했다.

어떻게 이렇게 피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지 신기해하며 계속 먹었다.

뱃살의 경우 사실 냉동 참치도 피맛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숙성을 잘해야 한다).

뱃살의 기름진 맛이나 눅진한 맛은 냉동이나 생참치나 별반 다른 점을 느끼진 못했다.

내가 또 생참치를 시킨다면, 속살만 주문할 것 같다.


3. 그래서 한 번쯤은 먹을만하다.

맛있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참치가 예전보다 훨씬 대중화되어 있는 요즘 시대를 생각한다면 가격 대비 냉동참치가 나쁘지 않다.

가끔씩 진짜 참치 맛을 원할 때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사진 다 찍었으니까 대충 만든 초밥들로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남은 맥주를 비우는 중.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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