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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Oct 30. 2019

문학으로 세계일주, 그 여정의 시작

책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1월 말 미리 계획했던 호찌민 여행을 다녀와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소설을 찾아볼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호찌민 여행이 너무나도 좋았고, 그 기억이 옅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베트남에 관련된 어떤 것이든 찾아보고 싶었다. '베트남 소설', '베트남 작가'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했다. 나오는 자료들이 시원찮아다. 출간된 책들도 몇 권 되지 않았는데 그중에서 응웬 옥 뜨 작가의 『미에루 나루터』라는 책을 주문했다. (‘응웬 옥 뜨’라니, 이름부터 낯설었다.)


『미에루 나루터』를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시작한 독서모임의 지정도서로 『아메리카나』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나이지리아 출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라는 작가가 쓴 책이었다. (다시 한번,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라니, 이름부터 얼마나 낯선가.)


『미에루 나루터』와 『아메리카나』, 베트남 작가와 나이지리아 작가책들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권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작가의 이야기라는 것, 자신이 기억하는 고향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나에게 매우 낯설다는 것.


『미에루 나루터』 속 호찌민은 내가 여행하면서 알게 된 호찌민과 완벽하게 달랐다. 호찌민을 여행하는 동안 유동 인구가 많고 경제가 발달한 1군과 3군 위주로 돌아다녔다. 내가 기억하는 호찌민은 옛날 건물과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정신없이 바쁘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에루 나루터』 속의 등장인물들은 호찌민에서 떨어진 시골 지역의 척박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흙과 강에서 많은 것을 얻고 또 많은 것을 잃어가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아메리카나』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인물의 시선으로 미국의 인종 문제를 바라본다는 점이 신선했다. 미국 역사와 인종 차별 문제는 많은 매체에서 다뤄지는 이야기고 영화, 드라마로도 많이 접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메리카나』의 주인공이 나이지리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그곳에서 느끼는 이질감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말하는 인종 문제와 또 달랐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이므로, 한 권의 책을 찾아 읽는 것으로 그 나라의 전부를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품에는 그곳에서 자란 작가의 사유와 정서가 담겨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체험할 수 있고, 조금 덜 낯선 사이가 될 수 있었다. (그녀의 작품을 읽고 난 뒤 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라는 이름을 틀리지 않고 부르게 되었다.)


‘책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나의 책장을 다양한 목소리로 채우고 싶었다. 『미에루 나루터』와 『아메리카나』를 읽으며, 나는 소설로 시공간을 건너기로 마음먹었다. <문학으로 세계일주>라는 그럴싸한 이름도 붙였다. 최대한 다양하게, 다른 나라의 문학 작품들을 찾아서 읽기.


그렇게 시작한 혼자만의 프로젝트가 이제 2년이 되어간다. 세어보니 180권 이상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낯선 것에 부딪히며 조금씩,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정말 여행을 닮았다. 자, 다음은 어느 나라의 작품을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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