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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규현 Aug 02. 2018

여기에 아내의 꿈을  펼쳐 놓아도 되나요?

우리 가족의 집이자, 아내의 스튜디오가 될 땅

아내의 꿈 찾아주고 백수 되고픈 남편의 기획 노트입니다. 아꼼은 아내의 애칭입니다.


스튜디오 지을 땅을 구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땅 보러 다니기 힘들다. 땅을 알아보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우리 땅으로 하고 싶은 곳을 찾았고, 3일 만에 계약까지 마무리하게 되었다. 나와 아꼼은 매일같이 부동산 앱을 보았다. 아꼼은 마음에 드는 곳에 전화를 하고 직접 확인하러 다녔다. 온라인상으로 본 땅을 보러 가기 전에는, 기대감으로 한껏 들뜬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나면 실망한 곳들이 많았다. 매일 같이 기대와 실망을 겪어야 하는 아꼼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말뿐이었다.


너 꿈을 위해서 하는 거니깐,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를 위해서만 결정해.


마음에 드는 땅을 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급해하며, 자기 잘못이라 생각하는 아꼼에게 내가 해준 말은 어찌 보면 그 사람에게 배운 배려심이다. 내가 조급해하고, 내 책임이라 스스로를 채찍질할 때 곁에서 아꼼이 내게 늘 해주던 말이 "괜찮아. 그럴 수 있어"였다.


한 여름의 뜨거움이 최절정이라는 뉴스를 연일 접하면서, 그냥 임대해서 시작할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계획했던 것과 다른 길로 가게 되면, 계속 아쉬움이 남을 거라며 끝까지 가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마음먹은 후 며칠 안되어, 땅을 가계약하고 3일 뒤에 계약까지 하였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대단지 아파트들로 둘러싸인 주택단지 내의 땅이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도보로 5분 이내였다. 사실 나는 아꼼의 스튜디오만 생각했는데, 아꼼은 아들의 등하교까지 고려해서 스튜디오 땅을 선택했던 것 같다. 그래서 땅을 구하는 게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종종 아꼼이 나보다 어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의 배려심은 아꼼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라는 듯하다. 이전 직장에서 사내 어린이집에 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직할 때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아꼼은 한치의 고민도 없이 내게 말했다.


오빠 꿈이 더 중요하지. 사내 어린이집 안 다닌다고 은우한테 큰 일 안나.
오빠만 생각하고 결정해.


나는 이렇게 배워가는 것 같다. 누군가를 위로하려 했다가, 내가 위로받았구나를 깨달을 때 많은 걸 배운다. 나는 어떤 말을 아꼼에게 했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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