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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쿠버 딸기아빠 Oct 26. 2019

40대 아재, 캐나다에서 취직하다 - 5. 재취업

주 5일 매일 8시간을 일하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을 살다 보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국에서 일하는 분들이 보시면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 하실 것 같다. 월화수목금금금에 밥 먹는 하는 야근... 주말 쉬고 칼퇴만 해도 그게 어디냐!) 하지만 막상 기약 없이 '쉬는' 생활을 하다 보면 쉬는 것도 여러모로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외출할 일이 없으면 종일 집에 있으면서 아침에 자고 일어난 꾀죄죄한 모습으로 밤에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를 보낸다. 정말 원 없이 쉬긴 쉬는데 그렇다고 만성피로가 풀리고 몸이 가뿐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루 종일 늘어져 있으니 살만 찌고 몸은 더 무기력해진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편치 않다. 돈을 못 벌고 있으니 급속도로 소진되는 통장의 잔고도 걱정이고, 이러다가 일자리 못 구하고 쭉~ 쉬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엄습해 온다.


나의 경우에는 한국 방문을 한 달 앞두고 lay-off를 당해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한 달을 쉬었고, 2주 반의 한국 방문 기간 역시도 쉬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돌아와서도 2주 정도를 구직활동을 하면서 또 쉬었다. 다 합하면 족히 두 달은 쉰 셈인데, 놀다 보니 관성이 붙어서 그런지 더 쉬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고, 그러다 보니 구직활동도 그다지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Service Canada에서 EI(고용보험) info session에 참석해 그 간의 구직활동 내역을 정리해서 제출하라는 레터를 받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좀 더 열심히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꾸준히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빙하지 못하면 EI가 끊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구직활동'이라고는 해도, 사실 예전에 썼던 Cover Letter와 Resume를 업데이트하고, 이를 indeed.com에 채용공고를 낸 전기회사들에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채용공고를 올려놓은 회사들 중 하루에 두 세 곳에만 이력서를 보냈다. 사실 그렇게 많은 회사들이 채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작정하고 보내면 한나절 안에 공고를 낸 모든 회사에 지원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구직활동 내역에 날짜별로 쓸 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하루에 두 세 곳씩 나눠서 보낸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지만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 electrical apprentice로 구직을 시작했을 때만큼 불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돈과 커리어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반대로 좀 더 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또 한 번 취업을 했었고 이제는 경력도 조금은 쌓였으니 취업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indeed.com에서 누군가가 나의 resume를 검색했으며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e-mail이 한 통 왔다. 내가 apply 한 회사는 아니었고, 검색해보니 밴쿠버에 있는 residential을 위주로 일하는 소규모 전기회사인 듯했다. 사실 경력을 쌓은 후에 내 사업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작은 회사에서도 일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아직 level 1에 불과했고 경력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해 보는 편이 현재로서는 더 낫겠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답을 주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찬 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것도 같았고, 또 얼마간 일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이직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나쁜 경우가 일을 안 해서 돈도 못 벌고 경력도 못 쌓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도 관심이 있다는 답메일을 보냈고, 며칠 후 사장을 직접 만나서 간단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인터뷰라고 했지만, 사실 이 회사가 작업하는 site 중의 한 곳에서 사장을 만나 2~30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다였다. 사장은 베트남계 캐네디언이었고, 나이는 나보다 몇 살 정도 많아 보이는 정도였으며(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실 나보다 2살이 어렸다), 전반적인 첫인상은 괜찮은 편이었다. '나와 함께 일을 하면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며, 나중에 전문적인 분야로 특화하거나 독립하려고 해도 도움을 주겠다'는 등의 달콤한(?) 이야기들로 나를 꼬드겼다. 


나는 딱 세가지만 물어보고 이에 대한 대답들이 다 만족스러우면 일을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은 '너네 회사에서 일한 시간은 ITA에서 다 인정받는 거지?'였는데, 'ITA에 등록되어 있어야지 일할 수 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통과!  두 번째 질문은 'Extended Health Care는 제공되니?'였는데, 안타깝게도 'No'였다. 본인도 제공하고 싶지만, 직원들 중에 와이프 직장에서 제공받는 경우들이 많고(사장 본인도 포함), 그래서 필요하지 않은 직원들이 많다 보니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셋째, 'pay는 얼마나 줄 거니?'라고 물으니 지난 직장에서 받던 것보다 시급을 $1 더 주겠고, 일 해보고 괜찮으면 거기서 $1을 더 올려 주겠다고 한다. 작은 회사는 pay도 더 짜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건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시급으로 $1~2를 더 받을 수 있다면 Health Benefit이 제공되는 않는 부분은 상쇄가 된다. 결국 조건은 전 직장과 비슷한 셈이 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일하겠다는 답을 주지는 않고, '오늘 중으로 알려줄게'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2차 고민에 들어갔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 보았지만, 결국 결론은 '일없이 노는 것이 최악의 경우'이며, '일단 일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니면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시간 후에 '일할게'라고 사장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이렇게 재취업을 하면서 은근히 즐기고 있었던 백수생활을 마감하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새 회사에서 취직 직후의 경험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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