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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Sep 07. 2023

제주 6일 차/제주 사람에게 제주에 살고 싶다고 하면?

여행할 때가 최고입니다!!

오늘이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핸즈인제주'라는 숙소는 다음에도 꼭 오리라 마음속으로 처음부터 약속을 한 곳이었다. 

감성 숙소답게 곳곳에 주인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데다 아침 조식은 정말 예술이었다. 이런 거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면서 아침 식사 시간 늘어질 대로 늘어지게 음미하면서 먹었다. 


헤어지면서 주인장에게 "제주도에서 살고 싶어요." 했더니 돌아오는 말은

"제주는 여행할 때가 좋아요. 사는 건..." 하면서 내 마음의 희망 전구를 꺼뜨렸다ㅜㅜ

결혼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것처럼 제주도 사는 것도 그런 걸까? 

난 결혼은 하는 게 후회라 생각하는데. 그럼 제주도도??ㅡㅡ; 


비행기 시간 애매해 비자림숲 반바퀴만 돌고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마음에 다 담으리라~하며 차 한 대 없는 도로에서는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달렸다. 해안을 따라가는 길도 예쁘고, 산길을 따라가는 길도 멋지고.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아쉬워하지 않았는데 이번 따라 유난하다. 그동안에는 유명 관광지만 다녀서 그런 걸까? 이번에는 제주도 골목을 돌아다녀서인지 제주스런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다. 꼭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돌담 풍경, 산호바다의 애메랄드 빛, 제주에 사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제주에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각장애 남편 덕분에 비행기를 탈 때는 우선 탑승을 시켜주니까 조금은 편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애기와 동승하는 승객들뿐이었다. 아구 귀여워라~ 근데 비행기 타자마자 바로 뒤의 아기가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뜨고, 내 귓속도 멍해졌을 때 울음소리도 조금 더 커졌다. 한 아기가 울면 다른 아기들도 전염된 듯 같이 울텐데 다행히도 우리 뒤에 있는 아기만 울었다. 

"귀가 막혔을 테니 답답한 걸 울음으로 표현하는 거겠지? 나라도 울었을 거야"하며 남편한테 속닥였다. 그러다 착륙을 앞두고 비행기가 불안정하게 기류를 탈 때 그동안 살살 울던 아기가 자지러지도록 대놓고 울기 시작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이거지? 


예전 같으면 아기 울음소리 조금만 들려도 짜증이 났는데 아기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놓고 보니 참 힘들겠다 싶었다. 그런데 바퀴가 바닥에 닿자마자 아기의 울음소리는 뚝! 끊겼다. 아이를 얼르고 달래던 부부는 진땀이 묻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오늘 첫 비행이라 좀 시끄럽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좌불안석이었을 부부가 먼저 미안하다 말을 해주다니. 그게 고마워 나는 아기 엄마에게  "애기가 예민한 거네요. 나중에 예술가 되겠어요."라고 말해줬더니 빙긋이 웃었다. 나 어렸을 때도 한 번 울면 끝이 나질 않았다니까^^; 예술의 길을 걷게 될 아기를 축복하며 나의 제주도 여행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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