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롱할영 Aug 27. 2024

퇴사 후, 글쓰기로 시도해 본 부업들

쓰는 사람으로 벌어보기

거제에 살기로 결정한 뒤부터 나의 고민은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을까'였다. 국문학과를 나왔지만 선후배들이나 동기들을 보아도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PR을 열심히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들이었다. 여태껏 회사를 다녔던 내가, 글쓰기로, 쓰는 사람으로 과연 수입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나는 부업 관련 컨텐츠들을 찾아보면서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보았다. 반년 간 내가 집에서 글쓰기로, 무언가를 쓰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혹은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은 이런 것들이다.


1. 블로그 체험단으로 외식비 절약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쓰기'로 돈 벌기. 사실 이걸 글쓰기라고 하면 안 될 것 같긴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 블로그 체험단을 통해 외식비를 절약했다. 우선, 나의 블로그는 이제 시작한 지 6개월인데다 방문자 수 늘리는 데에 전혀 집중을 하지 않는 편이라 아직까지 총 방문자 수가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블로그 체험단으로 다녀올 수 있던 맛집과 카페들이 한 달에 3-4군데는 되었다. 거제에 온 후 여태까지 20곳을 블로그 체험단으로 다녀왔는데, 덕분에 주에 1번 정도는 체험단으로 외식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건 사실 내가 거주하는 곳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적은, 그러니까 SNS를 활용할 수 있는 세대들이 적은 곳이라 내가 막 시작한 블로거여도 가능한 것 같다. 거제의 특성 상 여행객들이 몰리는 때는 아주 한정되어 있고, 이외에는 거주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주어야 수입이 나는 것이라 리뷰들이 꽤 필요한 것 같았다. 나처럼 영향력이 거의 미비한 블로그여도 체험단 선정이 꽤 되는 걸 보면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여기에서 한 번 더 깨달았다.


적게는 카페 2만 5천원선부터 고깃집 5만원까지 체험단에게 제공되는 금액대가 꽤 큰 편이어서 둘이서 외식 다니기에는 꽤 괜찮았던 블로그 체험단. 우리처럼 외지인에게는 그 지역을 탐방 겸 여행하듯 돌아다녀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성심성의껏 리뷰를 쓰다 보니 한 포스팅에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들어서 다녀오는 것과 작성까지 하면 업주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마케팅비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사는 동안만큼은 꽤 쏠쏠하게 덕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블로그 체험단이니, 재미 삼아 부업 삼아 여전히 해보고 있는 중이다.

2. 프리랜서 플랫폼에서 글 교정/윤문


프리랜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부업의 일종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글을 교정해 주거나, 윤문 작업, 그리고 직접 쓰신 문학 작품을 다듬어드리는 선 등으로 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생각보다 글이 쓰이는 곳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이 작업들을 하면서 느끼고 있다. 그간 진행했던 건들은 누군가의 법정 제출용 반성문부터 정년 퇴임을 앞둔 직원의 입장에서 회사에 남기는 편지, 어느 업체의 마케팅 문구 및 카피, 그리고 시 창작 피드백까지. 여태까지 10건이 넘는 건들을 진행했는데, 비용은 각기 달랐다. 의뢰인들은 원하는 기간 내에 작업물을 받아서 좋고, 나는 남는 시간에 돈을 벌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 같다.


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아니고, 시간이 날 때 용돈 삼아 내가 가진 능력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잡기 위해 의뢰가 오면 진행하는 편이다. 여기서 번 수입은 저축해두었다가 경조사비로 지출하거나, 여비로 두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때 쓴다. 고정적인 수입이 아닌 데다, 일이 들어오는 것도 수시로, 불시에 들어오다 보니 선택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과 단점을 두루 갖춘 일. 그래도 한 번 내 상품을 올려두었을 뿐인데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한 번 찾은 사람들이 이후에도 또 찾아준다는 것이 감사한 일임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다.

3. 화상 글쓰기 강의


처음엔 내가 글쓰기 강의를 할 수 있을까, 너무 섣부른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과외를 해 보고자 시작했던 플랫폼에서 화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해볼 수 있겠냐는 수강생의 지정 문의가 들어왔고, 이내 수업을 시작해볼 수 있었다. 주로 시가 어려운 분들이 시를 접해볼 수 있도록 수강생이 어렵지 않은 선에서 읽을 수 있는 시를 일주일에 3-4개씩 선별해 같이 읽고, 시를 해석/해설해보는 시간을 가져본 뒤 수강생이 쓴 시를 피드백해보는 과정이 수업의 주였다.


문학 창작을 한 달만의 수업으로 끝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서, 2-3달 가량을 함께 수업했다. 수강생의 개별 요청이나 특성에 따라 각각 시들을 달리 선별하는 과정도 내게 시를 더 탐색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꽤 유익했고, 처음 창작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또 시작하는 마음임에도 이렇게 창작을 하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하구나, 하는 초심을 다시 얻게 되는 것도 내게 보람이었다.


집에서도 이렇게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수업을 하면서 나도 얻는 게 많았기에 나를 찾아주기만 한다면 더 오래 해보고 싶었던 화상 글쓰기 강의.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수업 시간을 합하면 시급이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지만 수입을 바라본다기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 지금도 문의가 들어오면 수업을 진행한다.


4. 도서관 글쓰기 수업


화상으로 강의를 했던 경력을 살려, 방과후학교 수업도 진행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교육청의 강사풀에 등록 해 두었더니 기회가 찾아왔다. 도서관 사서님으로부터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볼 수 있겠냐는 제안이 왔던 것. 성인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긴 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의 수업을 해보고 싶기도 해서 수업계획서를 바로 짜서 신청을 했다. 다행히 경쟁자가 없던지라, 내가 맡아서 해보게 되었다.


성인 에세이 수업도 있다고 제안 해 주셨었는데, 나보다 훨씬 경력이 많은 강사님께서 신청을 하셔서 안타깝지만 초등 글쓰기 수업만 진행해보게 되었다. 그래도 나를 믿고 제안을 해 주신 사서님께 정말 감사했다. 다음에는 꼭 같이 수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여주셔서 다음 기회를 또 노려보기로. 도서관 수업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수업들을 시작해볼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어디든 수업을 본격적으로 해 보려면 증명을 남길 수 있는 곳에서의 수업이 필요한데, 그 시작을 도서관 수업으로 해 볼 수 있게 되다니!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뭐든 나를 어필해두면 할 수 있는 일은 생긴다.



그 외에도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기간제 일들을 찾아서 하고 있는 요즘은, 일은 하고자 한다면 지방에서도 어떻게든 일을 조금씩이나마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글을 써서, 글 쓰는 능력을 나누고 전파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니. 처음 진입부터 돈만 바라보고 하지 않는다면 일이 일을 또 물어다 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우 6개월 만에 이것 저것 도전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언젠가 내가 쓰는 사람으로, 나의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날들을 가져다주리라는 믿음으로 더 공부하고 더 찾아보고 더 두들겨야지.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기르는 건 자신이 없는 내게, 집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 하고 싶은 일로 수입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건 꽤 고무적인 도전이었다. 아이 곁에서 양육하고 싶은데, '엄마에게도 직업이 있단다' 하며 엄마가 하고 있는 일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으니까. 그냥 '엄마는 글을 써'가 아니라 '엄마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너에게 이런 것도 사줄 수 있단다' 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 지금처럼 더 쌓아가다 보면 내가 해 온 일들이 나에게 또 일을 물어오겠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브런치도 6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 10만을 넘겼다. 적다면 적은 숫자지만, 특정 주제가 아닌 일상 에세이를 쓰는 내게는 고무적인 수치였다. 브런치가 수입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내 글이 읽히고 있다는 것은 더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어딘가에는 읽히는 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글쓰기로 벌어먹고 살기, 본격적으로 이제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