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2학년을 준비하던 겨울 방학 때였습니다.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거실에 있던 TV 대신 커다란 탁자를 놓은 뒤 제 방에 있던 책장을 옮겨놓았습니다. 아이를 심심하게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TV는 안방으로 옮기고, 아이가 잠든 후에 보기로 아내와 결정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가 거실에 있을 때 옆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동안 대혼란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는 저녁마다 영상을 틀어달라고 조르며 식사를 거부한데다, 평소 조용한 방에서 혼자 책을 읽던 저 역시 거실에서 아이를 앞에 두고 자랑하듯 읽으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 때문에 주위가 산만해져 좀처럼 책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저녁마다 TV 시청이 취미였던 아내도 금단 현상을 겪었지요.
하지만 아이의 책 읽기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저도 ‘집중해서 읽지 못할지언정 읽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자’라고 생각하고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책을 읽는 척이라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갑작스레 바뀐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습니다. 결국 식사 시간에는 여느 때처럼 태블릿을 켜고 인터넷 영상을 보며 밥을 먹게 했습니다. 하지만 밥을 먹고 나면 영상 시청을 중단했고, 그 후에는 아이가 할 것이 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거실 소파에 앉아 엄마 아빠와 함께 TV라도 볼 텐데 저희 부부가 TV 대신 책을 읽고 있으니 아이가 ‘나는 뭘 해야 하나’ 하고 난감해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에게 너도 이리로 와서 같이 책을 읽자” 하고 권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정말 심심했는지 집 안에 있던 온갖 장난감을 꺼내어 혼자 놀았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빈둥거리는 것도 지쳤는지 마침내 부모를 따라 거실 서재에 있는 자기 책장에서 책을 한 권 집어드는 것이었습니다. 거실에서 TV와 인터넷을 치운 지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부자의 방》의 저자이자 일본 건축가인 야노 케이조는 그의 책에서 아이의 방은 공부방 용도가 아니라 침실용으로 주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근사한 방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 맞게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많은 미국 가정에서는 부부와 아이들이 각자 침실을 갖는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침실은 정말로 ‘잘 때만 들어가는 방’이다. 깨어 있을 때는 모두 거실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 식사를 한 뒤 각자 방에 틀어박히는 일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거실이나 주방, 또는 식구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한다. 설령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방문을 닫은 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가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아이들이 방을 마치 ‘자기만의 성’처럼 여기고, 작은 갈등만 생겨도 부모는 한 발자국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며 원통해하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아이 방을 만들어주면서 “이제부터 네 할 일은 여기서 하는 거야, 알았지?” 하고 부모가 먼저 선을 그어버린 바람에 아이 방은 저만의 성역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저자는 아이에게 방을 만들어주되 개방된 공간으로 잠만 잘 수 있게 하고, 거실은 서재, 즉 가정 도서관처럼 만들 어 이곳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BS 영어 일타강사로 유명한 정승익 선생은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에서 “아이의 공부 습관은 먼저 집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아이는 학원을 가서도 공부를 잘할 수 없으니, 공부 습관 없이 사교육에 돈을 들이지 말라는 주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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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내가 쓴 책 <<아이성적 올려주는 초등독서법>> 의 일부입니다. EBS 일타강사 정승익 선생님은 아이의 공부습관을 길러주는 방법으로 무엇을 소개했을까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내 아이의 독서습관은 물론 공부습관까지 길러주는 방법을 쉽고 자세하게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