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6일 차,
#말풍선,
사람들 머리 위에 말풍선이 방울방울 달려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어떤 사연으로 여기 이 시간에 있는지 문득문득 궁금해진다
그들의 사연도 궁금하고 나의 사연도 살랑살랑 풀어내고 싶다
모두가 모두에게 이야기꾼이면 좋겠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말풍선 같은 글이었으면도 한다.
구전으로 행하는 이야기는 이야기꾼의 추임새나 성향 때문에 다소 재미없을 수도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게 히어로의 능력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21번째 능력은 모두의 머리에 말풍선을 띄우는 게 아닐까 싶다.
#경주마,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유행하던 난센스 퀴즈가 있었다.
"비 올 때 달려야 할까? 천천히 가야 할까?"
난 친구의 이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목적지가 있으면 달려야 비를 적게 맞을 거고 목적지가 없으면 굳이 달릴 필요가 없어"
지금이라면 "C야? T발!" 이런 말을 들었겠지.
달려가면 앞에서 오는 비까지 다 맞는다는 난센스 퀴즈를 난 이렇게 재미없게 풀어내었다.
점심때 여의도공원을 가면 묘한 광경을 매일 볼 수 있다. 모든 직장인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공원 둘레를 걷고 있다. 어쩌다 시계 방향으로 걷는 이가 있으면 돌연변이가 되고 만다. 다른 이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왜 혼자 다르게 가냐는 눈총을 한껏 받게 된다.
모두 다 한 방향,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10년 뒤 모습을 그려봤냐는 뜬구름 잡는 질문을 하곤 한다. 나조차도 10년 뒤 내 모습을 상상하며 살진 않지만 과연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으려는 청년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대답 이면에 숨겨져 있는 성향을 읽어 보기 위함이다.
대부분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아마 제일 무난한 답변이겠지, 10년 정도 동일 분야에 봉사하다보면 되고 싶지 않아도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저만의 개똥철학을 만들어가면서.
뚜렷한 목표가 주어지면 그것을 향해 경주마처럼 달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결국 그렇게 달려옴으로써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 참.
이런 성향을 쉬이 사그러트리긴 쉽지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가면 앞에서 오는 비까지 맞을 수 있다는 걸 망각하지 말아야지,
쫄땅 비 맞은 개처럼 어디선가 서성이며 울부짖게 될지도 모르니.
쉼 없이 걷다 틀어진 골반을 바로 잡으며,
잠시 서성이며,
다시금 신발끈을 조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