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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리 Mar 08. 2020

공식 퇴사일, 알리바바에서 연락이 왔다.

생각지 못했던 알리바바와의 첫 인터뷰

공식 퇴사일이자 처음으로 회사에 안 갔던 날 아침, '띠-링'하고 울리는 지메일 알림에 눈을 떴다. 내가 진짜 퇴사를 하고 말았구나, 회사를 안 가도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눈을 뜨고 주섬주섬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이게 웬 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알리바바와의 인터뷰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12월 중순부터 중국에 이력서를 써서 많이 보냈고, 면접도 여러 번 봤었다. 아쉽게도 여러 회사와의 면접을 통해 비자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에서는 중국의 대기업이나 우리나라 기업이라면 비자를 받게 해 줄 수 있는 마법 같은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당장 중국에 가는 것은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1월의 나는 어김없이 링크드인을 배회했고, 알리바바에서 '외국인'을 뽑는 공고들을 채용 사이트에 모아놓고 있으며 현재 채용 중이라는 게시글을 보자마자 안될 걸 알면서도 또 지원했던 것이었다. 


안될 줄 알았는데, 인터뷰라니! (감격)


알리바바에는 AGTD(Alibaba Global Talent Development) 프로그램이 있다. AGTD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 있는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AGTD 프로그램은 AGLA(Alibaba Global Leadership Academy) 산하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외국 인재들을 채용한다. (내가 그 외국인 인재가 된다면 참 좋을 텐데..ㅎㅎ) 애초부터 외국인을 뽑는다고 적혀있고, 일부 포지션은 경력 1-2년을 요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보다는 일단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제출해보기로 했다. 


*혹시 알리바바에서 근무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알리바바 커리어 웹사이트에서 AGTD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채용 포지션들을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든 생각은 역시 커버레터를 쓴 포지션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제대로 쉬어보자 했는데, 퇴사하자마자 갑자기 합격이 간절해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알리바바라니!


항저우의 레이펑 탑


아름다운 서호와 엄청난 경관을 자랑하는 레이펑 탑에 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알리바바 캠퍼스를 거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첫 인터뷰 전부터 김칫국 드링킹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동시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뿐 아니라 한국까지 퍼지기 시작했던 시점으로 걱정도 많이 됐다. 하지만 무슨 고민이던지 합격하고 나서야 걱정해도 되는 일이라, 우선 면접을 열심히 준비해보기로 했다.


알리바바에는 여러 서비스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서 한 시간에 16 조가량의 상품이 판매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회사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티몰, 타오바오, 알리 익스프레스는 그렇지만 그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등 인터넷 사업, 콘텐츠 사업, 그리고 수많은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 글에서 다 설명하기에는 내 지식이 부족해서, 면접하면서 읽은 <알리바바가 온다>(임정훈, 남상춘 지음)을 대신 추천한다. 


첫 번째 인터뷰는 37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한국 담당 컨트리 매니저와 면접을 봤다. 위챗 영상통화로 진행되었고,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영상의 배경에서 아이들이 소파를 점프점프하고 있는 것도 보이고 소리 지르는 것도 조금 들려서 약간 정신이 분산되기도 했다. 인터뷰 내용과 순서는 아래와 같다.


[영어로 면접 진행]
- 자기소개
- 중국에서의 경험
- 첫 번째 직장에서의 프로젝트 경험
-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둔 이유
- 두 번째 직장에서 만족했는지
- 성공적인 프로젝트 경험
- 해당 프로젝트에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 왜 다시 회사를 떠나려고 하는지
- 지원한 서비스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지
- 일하게 된다면 어떤 것부터 해보고 싶은지
- 어떤 분야에서 주로 일하고 싶은지

[중국어로 면접 진행]
- 3년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 질문 시간 (7개 정도 질문함)


영어와 중국어로 면접이 진행되었고, 중국어로 답변하는 부분은 당연히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아무래도 짧은 경력에 이직을 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떠난 이유에 집중한 인터뷰는 처음이라 조금 부담스러웠다. 나름대로 나만의 이유가 있었는데, 그게 인터뷰에서 논리적으로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망한 것 같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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