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면접 망한 줄 알았는데...?
첫 번째 면접이 망한 것 같아 이미 두 번째 면접은 포기하고 백수의 삶을 만끽하기를 일주일. 지인들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에 메일이 도착했다. '알리바바와의 인터뷰(Invitation for Interview from Alibaba)'라는 제목이었다.
인터뷰 합격 메일은 목 빠지게 기다릴 땐 안 오고, 꼭 이상한 타이밍에 온다.
이메일은 '첫 번째 인터뷰 통과를 축하합니...'로 시작했다. 마음이 두근두근했지만, 지인들이랑 오랜만에 밥 먹으면서 놀려고 하는데 괜히 이메일을 읽으면 마음이 불안할 것 같아서, 읽지 않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꼬노미야끼와 하이볼을 먹고 마시면서 지인들과의 대화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메일 읽고 싶다...'를 외치고 있었다. 밥 먹을 때까지는 그래도 잘 참았는데 2차로 간 바에서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진짜 미안한데 저 메일 읽어도 될까요?
그렇게 지인들끼리 이야기하게 두고, 메일을 읽어나갔다. 인터뷰 합격을 축하하며, 다음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위챗이나 스카이프 친구 추가를 해달라고 했다. 평일 저녁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기에, 위챗 친구 추가를 해두고 이메일 회신을 했다. 그 이후에 드디어 편안하게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위챗 알림이 계속해서 울리기 시작했다.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리자마자, 메일을 읽은 걸 후회했다. 밤늦게까지 재택근무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지 인터뷰어가 원망스럽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마지막까지 답장하기 싫어서, 또 미적거렸다. 11시 넘어서 답장하면 내일 다시 연락 오지 않을까 하면서.
사실 대화 내용은 간단했다. 중국어로 메시지를 했는데, 1) 중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2) 인터뷰하기 편한 시간은 언제인지였다. 그래도 지인들과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메일도 읽지 말고 답장도 하지 말걸 후회가 막심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2차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인터뷰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면서 아주 심각한 김칫국 드링킹을 하기 시작했다. 괜히 중국의 '직방', '다방'에 해당하는 앱 '쯔루(自如)'앱을 뒤적이면서 집도 찾아봤다.
*김칫국 드링킹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알리바바에 스카우트되어서 쯔루앱에서 집을 구한 사람이 갑자기 백혈병에 걸렸는데, 집에서 과도하게 포름알데히드가 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나중에 중국에서 집을 구하게 된다면, 출국할 때 포름알데히드 측정기를 마련해서 가야겠다는 다짐을 잠깐 했다.
그렇게 이틀 뒤 면접을 보게 되었다.
무려 66분 14초...!
인터뷰어는 지난번에 1차 면접 봤던 한국 담당 컨트리 매니저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같은 레벨이지만 다른 시장을 맡고 있는 브라질 담당 컨트리 매니저와 면접을 보게 되었다. 영어와 중국어 중에 편한 언어를 골라달라고 했고, 면접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같은 질문도 여러 번 하면서 실제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확인하려고 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팔로업 질문이 많았다. 주로 내가 진행했던 마케팅 캠페인과 그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어떤 근거로 했고 개선해나갔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물론, 알리바바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 자기소개
- 자기소개 중간중간 관련 질문
- 중국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
- 알리바바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전하고 싶은 가치
- 왜 진짜 중국에서 일하고 싶은지 (똑같은 질문 ㅠ.ㅠ)
- 진행했던 마케팅 캠페인
- 캠페인의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
- 유저들이 만족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기준
- 그 캠페인을 통해서 배운 스킬/테크닉
- 그 캠페인을 더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개선할 수 있었던 점
- 그 개선점을 팀과 나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
- 진행했던 다른 마케팅 캠페인 소개
- 실패했던 사례 소개
- 실패한 이후 진행 과정 및 배운 점
- 당신이 한국 담당 컨트리 매니저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알리바바에 대해서 듣고 배운 것 중에 기대되거나 하고 싶은 것
- 알리바바에서 일하게 된다면 얼마 동안 일하고 싶은가
- 알리바바에 스트레스나 도전적인 것들이 많은데 괜찮은가
- 질문시간
1차 면접은 영상 면접이었지만, 2차 면접은 통화 면접이라 오히려 조금 더 편했다. 미리 작성해둔 답변 스크립트를 보기도 편했고, 영상통화일 때는 눈을 맞추는 것에 집중하느라 답변하다 보면 머리가 백지가 될 때가 많았는데, 오히려 전화통화라 잡념 없이 잘 답변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 시간이 넘는 면접을 본 만큼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시간이 길어진 만큼 나의 김칫국 드링킹도 더욱 심해졌다.
첫 번째 면접 후 회신이 오기까지 약 1주일 정도 소요되었는데, 두 번째 면접 후 회신은 무려 12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다음 단계로 가는 기대도 많이 했고, 즐거운 항저우 생활을 상상하기도 했다.
망했다고 생각하면 붙고, 될지도 몰라 기대하면 떨어지는 걸까
첫 번째 면접을 볼 땐, 신천지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이었다. 쏘리 레터를 받을 쯤엔 한국의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었다. 중국 친구들은 오히려 '꼭 네가 부족해서 떨어진 게 아닐 수 있어'라고 착하게 위로를 해주었지만,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 떨어진 걸 안다.
망했다고 생각한 첫 번째 면접은 통과했지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 두 번째 면접은 떨어졌다. 쏘리 레터를 보고 한 3-4시간 정도 마음이 먹먹하고 슬펐지만, 그래도 금방 털어냈다.
세상엔 내가 또 입사를 기대하게 할 회사들이 있을 테니까. (없음 어떡하지...ㅋㅋㅋㅋ)
Photo by Kon Karampelas on Unsplash
Photo by Macau Photo Agenc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