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트렐로, 지라, 컨플루언스를 만드는 아틀라시안 그리고 코로나
그동안 꼬꼬마 사원으로 B2C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슬랙, 트렐로, 노션 등 다양한 협업 툴을 이용해봤다. 트렐로, 지메일을 연동한 슬랙 채널을 만들고, 내 입맛에 맞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나름은 즐거웠다. 지난 몇 달간 퇴사 후 다시 구직을 하면서,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는 어디이고, 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는 중이다. 중간 결론은 난 '생산성 증대'에 관심이 많고,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일이면 좋겠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B2B 영역을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링크드인에서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공고를 찾았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프로덕트 '트렐로'와 요즘 한국에서 핫한 '지라', '컨플루언스'를 만드는 아틀라시안(Atlassian)이었다.
아틀라시안은 호주 시드니에 위치하고 있고, 코로나 때문에 한국-호주 직항도 없어진 상황이었는데, 인터뷰라도 하면 소원이 없겠다 싶어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제출했다.
아틀라시안 인터뷰를 검색하면 엔지니어 면접 후기가 상단에 있는데, 나는 전형적인 문과 포지션인 'Channel Specialist - Mandarin and Korean Speaking'을 지원하고 면접을 봤다.
이번에도 특별한 연락 없이 떨어지겠구나 했지만, 지원한 지 8일 만에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와서 꽤나 놀랐었다. 다시 봐도 기분이 좋은 그 문구를 소개한다! 특히, 쏘리 레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Move forward'라는 표현을 보게 되어 매우 기뻤다.
Hi, Nana
Great news—we’d love to move forward with the next step in the recruiting process!
It would be fantastic to have a quick chat to discuss your experience and, more importantly, your interests, goals, and career aspirations.
인터뷰만 봐도 소용이 없겠다는 마음 가짐이었지만, 난 시간을 30분 착각하는 대실수를 하고 만다. 사실 노트북 앞에서 연습 중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 호주에서 리크루터가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잘 되지 않아서, 리크루터에게 메일이 왔고, 제공한 Zoom 링크로 화상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2차 당황했다. 빠르게 메일로 지금 앱 다운로드해서 금방 전화를 걸겠다고 하고, 허겁지겁 전화를 걸었다.
전화 인터뷰인 줄 알고, 화장도 대충하고 후드 집업 입은 건 안 비밀 (쉿 - )
- 아틀라시안에 지원한 이유
- 경력에 대한 설명
- 그동안 마케팅 직무 위주로 했는데, 채널 스페셜리스트 직무에 지원한 이유
-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회사가 있는지
- 노티스 기간
- 호주에서 살고 싶은지
- 중국어는 혼자 공부한 건지 아니면 직접 가서 공부한 건지
- 중국어 레벨을 1-10으로 표현할 때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 질문 시간
질문은 평이한 편이었고, 이미 인터뷰를 진행 중인 사람들이 있어서 해당 주 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내가 다소 솔직하게 답변한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나보다 먼저 보는 사람들이 잘하면 먼저 뽑히겠지 싶어서 기대를 낮추려고 노력했지만 참 그러기 어려웠다. 그런데 다음날 아틀라시안 트위터에서 걱정스러운 트윗을 보게 되었다. 시드니 오피스의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코로나 증상을 보여서 시드니 오피스를 닫은 것이었다.
그리고 해당 주에 연락을 주겠다는 리크루터는 소식이 없었다. 그다음 주까지 기다려봤지만, 회신이 오지를 않았다. 그 와중에 호주는 최소 6개월 동안 모든 사람들의 출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역사책에나 나올 일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시기에 구직을 굳이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전긍긍하지 말고 그냥 몇 주 더 쉴까 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팔로업 이메일을 썼다. 떨어졌더라도 결과는 알아야 하니까.
Checking in about the Channel Specialist
Hello Jane,
I hope you're doing well. I wanted to follow up on the Channel Specialist role. I really enjoyed talking to you last week, and I'm very interested in the opportunity. I'd love to know if there's any further information I can provide during your hiring timeline.
Regards,
Nana Lee
그렇게 떨어졌다.
이렇게까지 하고 나니, 지금은 정말 해외취업을 할 때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퇴사할 때는 맨 땅에 헤딩을 하는 일이 있어도 싱가포르까지 직접 가서 구직을 해보고 포기하고 말겠노라고 외쳤지만, 지금 상황은 열정과 패기로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 구직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