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면접 전, 잡플래닛과 글래스도어 리뷰부터 확인하자.
I would like to withdraw my application...
내가 이미 제출한 이력서를 돌려달라는 말은 한국말로 하면 다소 무례한 느낌이 있다. 평생 이런 말을 한국어로는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적당히 살펴보고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서 지원하고 면접 제안도 받았건만, 잡플래닛에서 읽은 리뷰 중에 최악을 보고 말았다. 외국계라면, 한국 지사의 분위기와 규모는 어떤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헤드쿼터와 지사는 같은 곳이 아니다. 리뷰에는 다만 사람들의 불평불만이 적혀 있는 게 아니라, 회사를 다녀보면 눈에 보이는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적혀있었다.
취업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다녔던 대학교 덕을 본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덕을 좀 보고 있다. 잡플래닛의 후기를 보는 건 유료 거나 리뷰를 내가 직접 남겨야 하는데, 대학교 제휴가 되어있으면 무료로 회사 리뷰를 볼 수 있다. (단, 해당 학교의 도메인으로 되어있는 이메일 주소로 잡플래닛에 가입해야 한다.) 회사 리뷰는 현재 해당 회사에 다니고 있거나 퇴사한 사람들이 작성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통찰력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대체로 사람들이 '경험'한 것에 대한 좋고 나쁨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보는 눈은 다 똑같다. 면접을 준비해서 입사까지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 입사 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과 진로 고민을 하는 에너지가 아깝다.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보자.
잡플래닛을 무한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다녔던 회사의 리뷰를 확인해서다. 그 회사에 1.0을 준 사람도, 5.0을 준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내가 회사에 대해 공감하는 것들을 작성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리뷰를 작성한 사람들이 1.0을 주더라도 '이 회사가 앞으로 성장할 것 같다' 혹은 '이 회사를 추천한다' 만큼은 꽤나 솔직하게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가 개인적으로 싫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걸 전/현직자가 회사 안에서 느꼈고,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리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잡플래닛 같은 플랫폼은 글래스도어가 있다. 글래스도어에서는 외국계의 본사나 다른 국가 지사에 다니는 직원들의 리뷰를 볼 수 있어 좋다. 추천 여부/미래 전망/CEO에 대한 생각/장단점 등이 적혀있다. 꼬꼬마 사원이었지만 2년 조금 넘게 일하면서, CEO와 이사진이 만들어가는 방향성에 대해 사원으로서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도 회사에서 일을 계속해나가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한 현/전 직원들의 의견을 미리 알 수 있는 건 너무나 소중한 것 같다.
감사하게도 20분 간의 전화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지만, 가지도 않을 회사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이력서를 철회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메일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면접을 안봐도 된다니~!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기껏 열심히 이력서에 커버레터도 쓰고, 서류부터 떨어져서 쏘리 레터만 잔뜩 받아 슬퍼하더니, 이젠 면접 기회가 생겨도 철회를 하다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러나 나는 소중하다. 아무 데나 갈 수는 없다.
언젠가, 나에게 좀 더 잘 맞는 곳을 찾게 되길, 제발!
Photo by Helloquenc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