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에 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이란 책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JTBC 보도국 스포츠문화부에서 일할 때, 동기가 이 책을 쓴 박상영 작가를 인터뷰하고 왔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취재원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듯, 인상이 가장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 “그가 말을 잘한다”라고 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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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뒤 책도 읽어보니, 왜 그의 인상이 ‘달변가’로 남았는지 알 것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진 영화와 달리 책 속에선 작가가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재희와 나의 대학교 1학년 시절의 묘사는 손쉽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두 살 연상의 형과 키스를 하다 엄마에게 들킨 화자가 마주한 갈등은 보통의 가족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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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너의 약점이 될 수가 있어” 관람평엔 이 대사에 공감했다는 관객들이 적잖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내가 나’로 존재하고 또 설 수 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이 대사를 마주한 순간, 각자의 그런 경험들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언제라도, 어디서든, 어떤 이도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 대개는 잊고 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