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텀업,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강한 힘

by 멘토사피엔스

지난 2024 평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구성원분들에게 피드백을 드렸던 내용을 정리해보면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었는데, 크게는 ‘바텀업’, ‘공유’, ‘상하위 얼라인’, ‘소통’, ‘주도성’이 있었습니다. 이 키워드들은 전문적, 혹은 기능적인 업무 역량이라기보다는 태도나 컬처핏에 관련된 것이며, 각 단어들이 서로 간에 굉장히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한 단어로 설명을 드리더라도 다른 키워드들이 다 연결지어서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바텀업’이라는 키워드로 드렸던 피드백 내용을 회고해보고자 합니다.


바텀업을 한다는 건 무엇인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 구성원들을 납득시킨 후 합의된 내용을 실행하는 것이 바텀업의 주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문장만으로는 조직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바텀업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보입니다.


바텀업이 작동하는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통, 공유가 쉬운 환경: 위에서 일어나는 일과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의 상호 간 전달이 쉬운 조직 환경

주도적인 의견 개진: 맡은 업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태도

상하위 정보 교환(Alignment): 팀 및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업무가 일치하도록 조율


어떤 상황에서 바텀업이 필요할까?


구성원이 조직에서 하는 일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크게 나누어보면 회사에서 업무를 할당받고,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를 평가받는 일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업무는 리더에게 할당받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업무를 평가하는 주체는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 주변 동료, 그리고 리더일 것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그리고 구성원이 쌓아온 경험치에 따라 더 복잡하고 깊은 업무를 점진적으로 우상향해가며 맡게 됩니다.


바텀업을 한다는 것은 업무와 관련된 모든 단계에서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순간에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속한 개발자 집단의 환경에서 바텀업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주로 들었던 피드백은, 본인이 개발을 어떻게 해나갈지를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공유하고 설득하면서 실행했기 때문에 바텀업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업무 수행 중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많은 의사결정의 순간들이 있음을 간과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 어떤 의사결정의 바텀업이 더 있을까요? 먼저 업무를 할당받는 단계부터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업무는 어떤 업무이고 왜 필요한가?” 라는 기저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맡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 태스크는 꼭 필요한 일인가?

그 태스크를 내가 하는 게 맞는가?

그 태스크의 세부 내용에서 현장의 상황을 볼 때 변경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그 태스크의 일정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합당한 일정인가?

그 태스크의 일정을 변경할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가?

내가 가진 업무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사실 리더가 위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을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성원이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의사결정은 올바른 정보가 많이 취합될수록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리더는 큰 맥락을 엮어서 탑다운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구성원은 실제 그 일을 수행하는 관점에서 바텀업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의 정보 교환이 그 일이 잘 진행되도록 만듭니다.


바텀업으로 만들어가는 올바른 의사결정


리더는 최선의 판단을 통해 업무를 누군가에게 할당하는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겠지만, 구성원이 그 의사결정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더가 구성원의 정보를 취합하여 올바른 판단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는 만큼, 구성원도 자신이 맡은 영역을 넘어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하고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바텀업은 업무 수행보다 더 큰 임팩트를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태스크에 주어진 개발 자체를 안 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이 옳은 결정이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리소스를 사전에 절약한 셈이 됩니다. 나의 올바른 의사결정, 팀의 올바른 의사결정, 나아가 조직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바텀업이라 생각합니다.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결정들에 주도성을 가지는 것이지요.


업무 외적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조직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밑에서도 같이 노력하는 것, 이것이 바텀업입니다. 따라서 바텀업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구성원에게 충분한 정보가 공유되어야 하고, 구성원이 충분한 정보를 윗선에 공유해 주어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로는 전체 조직 상황,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의사결정의 맥락, 윗선에서 생각하는 우선순위, 내가 하는 일과 엮인 다른 협업 조직의 태스크 등이 있습니다. 올바른 리더는 이러한 정보들을 수시로 공유해야 하며, 올바른 구성원은 그 정보를 얻기 위해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통해 정보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은 기술과 회사 내에서의 경험에 따라 더 많이 아는 것도 있고, 당연히 모르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의견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해볼 수 있다면 주어진 업무를 무작정 수행하기보다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리더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신의 의견을 적합한 근거와 함께 전달하여 더욱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리더는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정보를 취합합니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의견, 현장의 의견을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조직의 하위 구성원이 의견을 제시하면, 상위 리더들이 이를 반영하여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소통 때문에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올바른 결정은 가장 마지막에 되돌리는 것보다 앞에서 수정하는 것이 항상 더 빠릅니다.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고 유연성이 필요한 환경, 즉 스타트업 같은 조직에서 바텀업은 꼭 필요한 방식입니다.


바텀업이 되기 위한 환경


바텀업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리더가 투명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성원이 그 정보를 잘 전달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단번에 이루어지기 어렵고,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가운데 신뢰가 쌓이면 점점 구성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리더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청하는 자세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지켜주는 태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투명한 정보 공유 프로세스


구성원은 조직에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일어나는 일들에 자신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얹을 수 있는 주도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조직의 의사결정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실행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공유받는 사람을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무 나선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행동할 수 있도록 조직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상호 간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며, 저는 이것을 Over Communication, Over Sharing이라고 표현합니다. 날카로운 행동을 실행하기 전에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지나친 소통과 공유가 이루어진다면, 올바른 의사결정이 계속해서 순환할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이것이 반복된다면 유기적으로 단단하게 묶인 조직이 회사의 공동 목표 아래 함께 달려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상하위 얼라인이라고 부릅니다.


주의할 점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핵심에서 벗어나거나 날카롭지 않은 소통이 빈번할 경우, 지나친 토론이 실행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지나친 소통과 공유가 필요하지만, 소통과 공유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정기적인 회고를 통해 조직 전체가 소통으로 인해 실행력이 저하되지 않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문화를 경험해보지 못한 구성원은 바텀업 자체를 추가 업무로 인식하고 부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피드백 방식은 구성원의 성장과 바텀업의 경험을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업무 역량뿐만 아니라, 회사 일에 기여하는 방식이기도 하며, 구성원의 의사결정 능력이나 업무 외적인 행동양식을 키우는 데에도 분명한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소통, 공유, 주도성, 상하위 얼라인이라는 키워드는 모두 바텀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바텀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조직은 애자일이라는 이름을 굳이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민첩하고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는 애자일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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