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정관수술

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_ 두 번째

by 뚜솔윤베씨

남편이 정관수술을 했다.



나는 아빠의 외도로 인한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 아빠는 외도가 공식화된 뒤부터 더욱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바람을 이어갔다. 자신이 카사노바가 된 것처럼 심지어 멋에 취해 바람을 피우고 다녔다. 그때 아빠가 했던 것이 정관수술이고 포경수술이다. 포경수술을 한 병원 병실 간호사에게도 실실 웃으며 농지거리를 하던 아빠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나에게 이렇게 유해한 유년의 경험들이 있어서 인지 정관수술은 바람피우는 사람들만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둘째를 낳고 남편이 베시시 웃으며 그러나 진지하게 정관수술할까 물었을 때 정색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정색을 뒤로 한 채 얼마전 남편은 정관수술을 했다. 이건 남편과 내가 다툼과 화해를 거듭하는 과정 중, 화해의 시점에 나눈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둘째 출산하고 2년 동안 양가 부모님이 집에 함께 지내시면서 남편과 부부관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육아에 지쳐서 할 생각이 없었고, 그러던 중에 요가 자격증을 따고 요가원을 차리면서 더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부부관계에 대한 의욕을 잃었었다. 할 시간도 없었고 할 여건도 안되고 하고 싶은 욕구도 없어지는 와중에 남편도 나랑 다르지 않겠지 생각하기도 했었다. 또 모유 수유를 하며 요가 자격증을 땄는데, 요가 브라탑을 입고 하루에 9시간씩 요가를 하고 돌아오면 가슴이 돌덩이가 되어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내고 나니 저절로 단유가 되었고 가슴도 형편없이 망가져 버린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과의 관계에 소극적이었다. 가슴은 잃었지만 복근은 다시 살려내겠다는 굳은 의지가 소원해진 남편과의 관계와 완전히 무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이러이러해서 자신이 없었다고. 내 작아진 가슴이 남편의 오피스 와이프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나의 솔직한 고백'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자 남편도 수줍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로 자신의 이야기를 말했다. 남편도 나와 관계를 할 때 언제나 조심스러웠다고, 소극적이었다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남편의 정관수술로 이어졌고, 남편은 정말로 수술을 받았다. 불행히도 남편이 정관수술을 하는 날은 다시금 남편과 다툰 시점이었고 남편도 나도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일까 생각하며 아침 일찍 강남 병원으로 향했다.








멀쩡히 걸어들어갔던 남편은 조금은 삐거덕거리며 나왔다. 그 상황이 너무 웃겼지만 남편도 나도 대판 싸웠다는 걸 잊지 않으려 무척 애쓰며 고개 숙여 각자 피식 웃었다. 꼬맹이들도 고추 이야기만 하면 깔깔깔 웃어대는데 하물며 한 이불 덮고 산 지 9년이 넘는 부부가 정관수술을 끝내고 나와서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지금은 남편의 정서적 외도로 산산조각 난 부부관계를 겨우겨우 이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깔깔깔 대신 각자 짧게 웃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밤 손 과장과 지사장에게 전화한 일로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고, 여전히 남편과 나 사이엔 어떤 상황 정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의 끊어진 신경 따위는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했다.



부부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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