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야 말았다.
아이의 모든 생각을 다 알기 위해 애쓰기보다
아이가 꿈꾸는데 도움이 될 만한
생각의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책 _ 초등 매일 공부의 힘 [이은경] 중에서
어제저녁 윤솔이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
좋아하는 사리곰탕에 김밥까지 더하니
삼키기 무섭게 또 한 술이다.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김밥을 라면 국물에 적셔 먹는 건
가르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아는 모양이다.
기특한 녀석 : )
오늘 하루는 무슨 일 없었냐고 물었다.
기쁘거나 즐겁거나 재밌거나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화나거나 뭐 그런 거
라면을 후루룩 먹던 윤솔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나, 드디어 결혼할 사람 찾았어!'
찾았어!
세상에나
드디어 우리 윤솔이가 결혼할 사람을!
그것도 초등학교 입학한 지
채 2년이 되기도 전에!
찾고야 말았다.
세상에나.
나는 비실비실 웃으며
그게 도대체 누구냐고,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같은 반에 시윤이라는 친구인데
그 시윤이가 왜 남편감이냐 하면,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종이에 번호를 적어 서로 교환했는데
세상에나
시윤이가 번호가 적힌 쪽지를 반으로 접어
하트를 그려서 내 딸에게 줬다나 뭐라나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서 라면을 먹다가
꺼이꺼이 웃게 된다.
곧 만날 사위 생각에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솔이만큼의 진지함으로
어떤 녀석이냐, 어떻게 생겨먹었냐부터 시작해
간단한 호구조사를 마쳤다.
예비 사위 덕분에 솔이는 밥을 더 잘 먹었고
나도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식탁을 정리하며
하트가 그려진 종이를 솔이에게 건네며
'이거 챙겨야겠네'라고 말했다.
그런 내 말을 받아치듯 솔이는
다시 한번 눈을 반짝이며
이미 저장 완료!
라고 말했다.
그때는 왜 웃음이 안 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솔이와 나의 진지함의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할 수밖에 : )
그날 저녁 빨래를 개고 있는데
책장 위에 있는 액자 앞에 멈춰 서
솔이가 말한다.
이제 보니 연후 못생겼다고
너무 말랐다고.
세상에는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다고
무슨 규탄하듯 연후 사진 앞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연후는 솔이가 유치원에서
2년 동안 짝사랑한 남자아이다.
연후랑 놀려고 포켓몬에 입문했고
수영을 시작했건만.
솔이는 다행히 새로운 학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모양이다.
무한한
생각의 기회
경험의 기회
선택의 기회를 스스럼없이
잘 받아들이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 )
연후야, 잘 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