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솔윤베씨 Mar 18. 2024

왜 가르쳐주지 않았나요?

왜 버티지 않았나요?



어머니는 왜 제가 반항하기만 하면 바로 무너졌나요?

왜 버티지 않았나요?

그런 관계를 통해 저 또한 갈등을 견딜 수 있게

왜 가르쳐주지 않았나요?


파스칼 메르시어의 [ 리스본행 야간열차 ] 중에서






완벽한 주말을 보낸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떠 잘 잔 윤윤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개운한 얼굴을 보니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감정은 어떤 행동도 보장할 수 없단 걸

곧 깨달았다. 



소파에 깔린 이불 위에서 윤성이가 뒹구르자

내 아지트에 왜 올라가냐며 솔이가 짜증을 냈다.

윤성이는 입을 삐죽 내밀며 울먹이고 

윤솔이는 불만이 입으로 쏠려 

다섯 배는 나와 댓 발이다. 



어제저녁 둘이서 신나게 만들던 아지트 

어제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그 소파에 누워 이불을 덮고 

세탁기 다 돌아가기를 기다린 그 자리. 






나는 윤솔이에게 꽤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말했다. 

어제는 놀이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가족이 함께 쓰는 거실이고 

아침에 쌀쌀하니 지금은 같이 이불을 덮고 있으라고. 

나는 분명 이렇게 말했지만 

솔이는 내 말보다 내 감정을 더 날카롭게 느꼈겠지.

동생 울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뜻으로. 



좀 전까지만 해도 윤솔이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을 보고 

행복에 겨워 감사함까지 느꼈는데 

지금은 단호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짜증이 가득한 윤솔이가 마신 물컵을 내던지다시피

식탁에 올려놓고 후렉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는 

나 역시 단호함과 이성은 모조리 다 내던지다시피

언성을 높인다. 



그 바람에 윤성이까지 쥐 죽은 듯 조용히 시리얼을 먹으며

누나, 엄마 눈치를 보고 

솔이는 앞머리로 온 얼굴을 다 가리고 

댓 발 나온 입만 꺼내놓은 채 그레놀라를 씹는다. 

하 _ 내가 계획한 월요일은 이게 아닌데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끝내 내 말엔 시큰둥하게 대하며 

솔이는 혼자 가방을 싸고 학교엘 갔다. 

윤성이도 이 분위기를 정면 돌파할 짬은 안되고 

누나 없을 때만 아지트에 앉았다가 눈치를 본다.  



그러나! 그 와중에 내 안에 소용돌이가 친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분명 들긴 하지만 

아침부터 큰소리를 쳐서 월요일부터 애들을 잡았으니 

기분을 풀어줘야 할 텐데 

괜히 윤솔이 방문을 서성이게 되고 

쓸데없는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오히려 내가 윤솔이 눈치를 보게 된다. 



아지트 타령에, 물컵에, 단호했던 건

분명 옳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다 까맣게 잊고 

풀이 죽어 등교하는 윤솔이를 가만두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나를 억누른다. 

제발 일관되게, 제발 혼란스럽지 않게! 










그렇게 끝까지 겨우겨우 냉랭함을 유지하고

솔이를 보내고, 윤성이를 보내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바람이 세차다. 뒤통수가 시리다. 

부모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마음을 스치는 육아 명언을 기록하며_ 

애들은 벌써 까먹고 뛰놀고 있을 거다 생각하며

털어내겠다.! 흠!

이전 04화 정말 굉장한 일이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