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버티지 않았나요?
어머니는 왜 제가 반항하기만 하면 바로 무너졌나요?
왜 버티지 않았나요?
그런 관계를 통해 저 또한 갈등을 견딜 수 있게
왜 가르쳐주지 않았나요?
파스칼 메르시어의 [ 리스본행 야간열차 ] 중에서
완벽한 주말을 보낸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떠 잘 잔 윤윤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개운한 얼굴을 보니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감정은 어떤 행동도 보장할 수 없단 걸
곧 깨달았다.
소파에 깔린 이불 위에서 윤성이가 뒹구르자
내 아지트에 왜 올라가냐며 솔이가 짜증을 냈다.
윤성이는 입을 삐죽 내밀며 울먹이고
윤솔이는 불만이 입으로 쏠려
다섯 배는 나와 댓 발이다.
어제저녁 둘이서 신나게 만들던 아지트
어제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그 소파에 누워 이불을 덮고
세탁기 다 돌아가기를 기다린 그 자리.
나는 윤솔이에게 꽤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말했다.
어제는 놀이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가족이 함께 쓰는 거실이고
아침에 쌀쌀하니 지금은 같이 이불을 덮고 있으라고.
나는 분명 이렇게 말했지만
솔이는 내 말보다 내 감정을 더 날카롭게 느꼈겠지.
동생 울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뜻으로.
좀 전까지만 해도 윤솔이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을 보고
행복에 겨워 감사함까지 느꼈는데
지금은 단호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짜증이 가득한 윤솔이가 마신 물컵을 내던지다시피
식탁에 올려놓고 후렉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는
나 역시 단호함과 이성은 모조리 다 내던지다시피
언성을 높인다.
그 바람에 윤성이까지 쥐 죽은 듯 조용히 시리얼을 먹으며
누나, 엄마 눈치를 보고
솔이는 앞머리로 온 얼굴을 다 가리고
댓 발 나온 입만 꺼내놓은 채 그레놀라를 씹는다.
하 _ 내가 계획한 월요일은 이게 아닌데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끝내 내 말엔 시큰둥하게 대하며
솔이는 혼자 가방을 싸고 학교엘 갔다.
윤성이도 이 분위기를 정면 돌파할 짬은 안되고
누나 없을 때만 아지트에 앉았다가 눈치를 본다.
그러나! 그 와중에 내 안에 소용돌이가 친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분명 들긴 하지만
아침부터 큰소리를 쳐서 월요일부터 애들을 잡았으니
기분을 풀어줘야 할 텐데
괜히 윤솔이 방문을 서성이게 되고
쓸데없는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오히려 내가 윤솔이 눈치를 보게 된다.
아지트 타령에, 물컵에, 단호했던 건
분명 옳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다 까맣게 잊고
풀이 죽어 등교하는 윤솔이를 가만두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나를 억누른다.
제발 일관되게, 제발 혼란스럽지 않게!
그렇게 끝까지 겨우겨우 냉랭함을 유지하고
솔이를 보내고, 윤성이를 보내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바람이 세차다. 뒤통수가 시리다.
부모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마음을 스치는 육아 명언을 기록하며_
애들은 벌써 까먹고 뛰놀고 있을 거다 생각하며
털어내겠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