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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솔윤베씨 Mar 19. 2024

드디어 결혼할 사람 찾았어!

찾고야 말았다. 





아이의 모든 생각을 다 알기 위해 애쓰기보다

아이가 꿈꾸는데 도움이 될 만한

생각의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책 _ 초등 매일 공부의 힘 [이은경] 중에서






어제저녁 윤솔이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 

좋아하는 사리곰탕에 김밥까지 더하니 

삼키기 무섭게 또 한 술이다.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김밥을 라면 국물에 적셔 먹는 건 

가르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아는 모양이다. 

기특한 녀석 : ) 



오늘 하루는 무슨 일 없었냐고 물었다. 

기쁘거나 즐겁거나 재밌거나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화나거나 뭐 그런 거



라면을 후루룩 먹던 윤솔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나, 드디어 결혼할 사람 찾았어!' 




찾았어!







세상에나 

드디어 우리 윤솔이가 결혼할 사람을!

그것도 초등학교 입학한 지 

채 2년이 되기도 전에!

찾고야 말았다. 

세상에나. 







나는 비실비실 웃으며 

그게 도대체 누구냐고,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같은 반에 시윤이라는 친구인데

그 시윤이가 왜 남편감이냐 하면,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종이에 번호를 적어 서로 교환했는데 

세상에나 

시윤이가 번호가 적힌 쪽지를 반으로 접어 

하트를 그려서 내 딸에게 줬다나 뭐라나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서 라면을 먹다가 

꺼이꺼이 웃게 된다. 

곧 만날 사위 생각에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솔이만큼의 진지함으로 

어떤 녀석이냐, 어떻게 생겨먹었냐부터 시작해

간단한 호구조사를 마쳤다. 




예비 사위 덕분에 솔이는 밥을 더 잘 먹었고 

나도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식탁을 정리하며 

하트가 그려진 종이를 솔이에게 건네며

'이거 챙겨야겠네'라고 말했다. 




그런 내 말을 받아치듯 솔이는 

다시 한번 눈을 반짝이며 

이미 저장 완료!

라고 말했다. 

그때는 왜 웃음이 안 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솔이와 나의 진지함의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할 수밖에 : ) 




그날 저녁 빨래를 개고 있는데 

책장 위에 있는 액자 앞에 멈춰 서 

솔이가 말한다. 

이제 보니 연후 못생겼다고

너무 말랐다고. 

세상에는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다고 

무슨 규탄하듯 연후 사진 앞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연후는 솔이가 유치원에서

2년 동안 짝사랑한 남자아이다.  

연후랑 놀려고 포켓몬에 입문했고 

수영을 시작했건만. 




솔이는 다행히 새로운 학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모양이다. 

무한한

생각의 기회

경험의 기회

선택의 기회를 스스럼없이 

잘 받아들이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 )




연후야, 잘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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