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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열심히 하는 두 가지 이유

엄마 반성문

by 뚜솔윤베씨


초등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딱 두 가지 이유입니다.

선물 받고 싶어서,

그리고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책 _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 [이은경] 중에서






독서 모임을 끝내고

남편과 아이들이 잠든 시간

천천히 조용히 집에 들어와 윤솔이 방 불을 켠다.

솔이방에선 항상 좋은 향기가 난다.



솔이 책상엔 오늘 할 일 리스트가 있고

학교에서 만든 나쁜 습관 종이 휴지통이 있다.

엄마 없이도 하루 잘 정리하고 잤나 싶어

솔이 책상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는데

파도처럼 두려움이 몰려온다.





솔이가 적은 나쁜 습관엔

동생 놀리기

숙제 미루기

엄마 기분 상하게 하기

집에서 쿵쿵거리기

방 정리 안 하기

라고 적혀 있다.



이건 내가 하루 중 솔이와 보내는

짧은 시간에 하는 대부분의 말들이다.



솔아, 윤성이 울리지 말고 사이좋게 놀아

이것도 안 할 거야? 숙제 미루지 않기로 했잖아!

엄마 말을 다 잔소리로 생각할 거면

솔이 마음대로 해.

집에서 뛰지 말고 무용은 학원 가서 해

제자리에 두기, 방 좀 정리하기!!



이건 솔이의 나쁜 습관이 아니라

엄마의 고얀 습관이다.

고치자 고치자 마음먹으면서도

뿌리 뽑지 못하는 아주 고약한 습관이다.







나는 안다.

솔이가 윤성이와 얼마나 사랑스럽게 잘 지내는지

학원 갔다 와서 읽고 싶은 책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숙제부터 한다는 걸

엄마 기분을 상하게 할 일은 사실 없다는 걸

오히려 내가 솔이의 마음에 상처를 낼 때가 많다.

솔이가 내 앞에서 옆 구르기를 하고 덤블링을 하는 건

학원에서 배운 걸 엄마한테 자랑도 하고

칭찬받고 싶어서라는 걸

정리하고 제자리에 두는 걸 연습하고 있다는 걸

무엇보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잘한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그 짧은 시간 솔이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에

대부분 저런 잔소리로 모든 대화를 대체하고 있었다니.




솔이의 글을 보며

눈물 머금은 두려움이 몰려온다.

빨리 알아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빨리 정신 차리고 솔이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솔이의 몸과 마음이

지쳐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중요한 건 학교 가방을 잘 챙기는 것도

학원 숙제를 하는 것도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솔이가 엄마와 아빠

우리 가족에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고

소중한 사람이란 걸 매일매일 넘치게 느끼는 건데.



정작 중요한 건 놓치고

매일 잔소리만 퍼붓고 살고 있다니.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고 슬퍼하려고 요러냐고

솔이 책상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반성한다. 솔이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인다.



윤솔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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