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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솔윤베씨 Mar 24. 2024

부모들이란 어쩌면 그렇게

필요 없는 걱정만 하는 걸까



부모들이란 어쩌면 그렇게

자식에게 필요 없는 걱정만 하는 걸까


책 _ 서 있는 여자 [ 박완서 선생님 ] 글 중에서






엄마는 항상 과해. 

솔이는 말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지 

한 참이 지났고 

말 그대로 봄에 들어선 입춘도 지났거늘 

대한민국 가장 남쪽이라는 부산은

왜 이리 바닷바람이 세찬지. 



나는 요맘때 윤윤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봐

늘 노심초사다. 

안 그래도 신학기 적응하느라

학원 다니느라

양팔 접영하느라

몰골이 핼쑥한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싶어



벚꽃놀이 가는데도 

조끼를 챙기고 청자켓을 챙겼다. 

사실 집에서부터 솔이는 

조끼는 안 입겠다 했지만 

감기 가지고 협박이라도 하듯이 

챙겨 입으라고 

감기 걸리면 어떡하냐고

오늘 강풍주의보라고 

대답도 없는 솔이를 지나치며 

잔소리를 해댔다. 






그런데 이것은 무슨 일일까?

분명 강풍주의보라고 했는데

어제저녁엔 비까지 내렸는데 

진해는 바람 한 점 없이 따스하다. 

따스하다 못해 덥다. 



그런데도 미련을 못 버리고 

조끼라도 입고 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조끼가 싫으면 청자켓이라도 걸쳐야 되지 않겠냐고 

햇살 때문인지 내 잔소리 때문인지 

일그러진 솔이 얼굴을 보면서 

앵무새 같은 말만 반복한다. 

그러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어

조끼랑 재킷을 차에 짚어 던지고 길을 나섰다. 



날이 좋다. 

좋아도 너무 좋다. 

눈이 부셔 고개를 들 수가 없을 만큼 

눈을 감아도 눈이 부시다. 

겨드랑이에 땀이 나고 

남편은 너무 덥다며 맨투맨을 집어던지고 

집에서 입던 내복 같은 반팔로 벚꽃웃음을 짓는다. 



솔이는 긴 티셔츠를 접어 올려

민소매를 만들다시피 했고

나는 '엄마 말이 맞지?' 하면서 보여주려고 

입고 온 내 청자켓을 허리에 둘러

헛웃음을 짓는다. 

날이 왜 이럴까나. 

나 무안하게. 






무안은 무안하다고 말해야 없어지는 것.

솔이에게 말했다. 

솔이 말이 맞았다고. 

언제나 지나고 나면 솔이 말이 다 맞아서

엄마는 늘 무안하다고. 

 날이 이렇게 따스하고 좋을지 

엄마는 알 수가 없었다고. 



' 엄마는 항상 과해 ' 

솔이는 이렇게 받아쳤다. 



그래 엄마는 항상 과하지. 

이게 문제지. 

하지만 엄마도 

늘 담백한 육아를 꿈꾼다는 걸 알까?

엄마도 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려다 말고 

그걸 과유불급이라고 한단다

라고 받아쳤다. 

한자 8급을 준비하는 딸을 위해. 








그리곤 집에 돌아와 찾아보는 독서 노트 

박완서 선생님의 글. 



전화 걸 때마다 묻는 첫마디가 

' 밥은 잘 먹었구?'였고

끊을 때는 '밥은 잘 먹어야 한다'였다. 

부모들이란 어쩌면 저렇게 

자식에게 필요 없는 걱정만 하는 걸까.


책 _ [ 서 있는 여자 ] 박완서 선생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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