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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고 쉬워졌을까?

허공에 팔을 저으며

by 뚜솔윤베씨

몸매에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쁘고 화려한 수영복은 많지만 내 장바구니엔 주로 비슷한 검은색 곤색 등의 3부 수영복이 남겨져 있다. 가격대도 내 기준에서 무리하지 않도록 수영복, 수경, 수모, 귀마개까지 풀 세트로 6만원 정로도 구매했다. 또 초보반에서 3~4개월 흐느적 거리다 끝날지도 모르니 일단 시작은 미미하게 라는 마인드였지만 택배를 뜯자마자 검은색 수영복에 수모에 수경까지 끼니 잘 보이지 않는데도 거울 속 내 모습이 프로답다. 섹시하기 까지 하다. 올 블랙. 아직 죽지 않았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누가 딱 요 한마디만 내 귀에 해주면 더 좋을텐데 거리며 혼자 웃었다. 수영장 가는 길이 벌써부터 설렌다.



내가 등록한 수영장은 딸 솔이가 9개월째 다니고 있는 센터다. 주말마다 잠도 덜 깬 솔이를 데려다 주고 수업이 끝나면 머리도 덜 말리고 나온 딸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던 곳. 공간도, 선생님 얼굴도 익숙하다. 솔이는 센터 오픈하자 마자 다니기 시작해 유일하게 남은 원년멤버라 데스크 직원부터 시작해 안내요원, 강습 선생님들 모두 솔이를 보면 어깨동무를 하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이름을 부르며 반겨주신다. 나도 이제 여길 내집 드나들 듯 아침 세수도 안하고 양치도 안하고 뻔질나게 오가며 수영실력을 키워나가야지. 솔이처럼 사람들이랑 친해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수영 할 자신은 있다고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연신 결연한 마음까지 먹고 주먹을 꽉 쥐고 두 눈을 부릅뜬다. 허공에 팔을 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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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학생 때 다닌 수영장에서 단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숨을 쉴 수 없었다는 거다. 아무리 팔을 젖고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어도 음~파 음~파 특히 이 파에서 입은 벌리는데 숨을 마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내뱉기만 하다가 숨이 차서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어찌 제대로 된 파~를 하고도 귀에, 코에, 입에 물이 들어가 맵고 먹먹해 그 자리에 늘 멈춰섰다. 그래서 수영을 배우러 가서도 숨은 안쉬고 팔만 저어 더 멀리까지 가는게 목표가 된 날도 많았다. 나에게 수영 호흡은 하나의 큰 산처럼 남아있다.



그런데 과연 다시 해 낼 수 있을까? 그 때 그렇게 어려웠던게 지금이라고 쉬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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