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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고 나서 먹는 밥

우리 엄마는 왜 늘 피곤할까

by 뚜솔윤베씨

수영하고 난 뒤 먹는 밥은 정말 맛이 좋다. 무엇보다 많이 먹을 수 있다.



오전 수영을 끝내면 11시. 전 날 되도록 일찍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식후 땡도 빨리 마무리하고 긴 공복을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가볍게 마시고 아이들 등원, 등교 그리고 러닝과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수영까지 하고 나오면 몸이 한 결 가볍다. 그래서 수영 끝내고 먹는 밥은 더 많이 먹을 수 있고 더 맛이 좋다. 늘 그렇다. 집에 오자마자 수영가방을 내팽개치고 마치 몇 끼를 못 먹은 사람처럼 당당하고 다급하게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내고 밥을 푼다. 운동하니 단백질 섭취에도 소홀할 수 없지. 삶은 달걀도 곁들여 남들이 두 끼나 세 끼에 먹을 양을 브런치처럼 해치운다.



사실 수영 배우고 한두 달은 정신을 못 차렸다. 평소에 운동 꽤나 한다고 생각했는데 물에서 한 시간 첨벙대고 왔다고 이렇게 하루가 와르르 무너지나 싶게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 적응하느라 애를 썼다. 그런데 정말 적응하고 나니 사람 마음이란 게 잘하고 싶고 나아지고 싶고 이왕 운동하는 김에 살까지 빠지면 더 좋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같이 수영하는 언니 중 한 사람이 물속에서 배를 문지르며 ' 수영하니까 뱃살 좀 빠지는 거 같지 않아?'라고 말을 하는데 내 뱃살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삼시 세끼 신봉자이고 무엇보다 '밥' 그것도 아침밥은 언제나 옳다고 믿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주 7회 아침밥을 먹으며 산다. 시어머니도 남편도 내 아침밥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는데.








뱃살은 그것을 무너뜨렸다. 수영장 샤워장에서 후다닥 씻고 후다닥 물속에 들어가면 누가 내 몸을 보나나 싶다가도 그 와중에 나는 사람들의 곳곳을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살피지 않았는가. 누구는 가슴이 크고 누구는 배가 날씬하고 누구는 자세가 올곧고 누구는 비율이 좋고 누구는 피부가 백옥이구나. 딥시크처럼 모든 정보는 다 모으지 않았던가. 모르는 게 없지 않았던가. 나도 이왕 수영 시작한 김에 뱃살이나 좀 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영 수업 전까지 공복을 유지한다. 뱃살이 빠져서 홀쭉한 건지 공복에 의한 홀쭉인지 분간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수영복 입은 테가 좋으면 수영할 맛이 더 나니까.



그 공복이 수영 수업 끝나도 한꺼번에 두 끼 세 끼로 돌아온다. 맛도 더 좋아져서. 밥을 기본 두 공기를 먹고 후식으로 꼭 빵이나 (우유랑 먹는 빵 정말 좋아요) 아이스크림, 못해도 초콜릿 정도는 먹어야 인생의 의미를 희미하게나마 느낀다. 그리고 또 움직이면 되니까. 하면서 든든히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파이팅 하지만 이렇게 먹고 나면 수영 때문인지 밥 때문인지 모를 졸음이 밀려와 나 자신과의 진흙탕 싸움을 꼭 한 번은 해야 하는 고비가 오기도 한다. 가까스로 졸음을 이겨내고 우리 엄마는 왜 늘 피곤해할까 궁금해하는 아이들을 데리러 고고.



내일도 공복 수영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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