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린이집 가기 싫어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불안했다. 무언가 정말 중요한 걸 잃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솔이를 등원시키고 운동 가는 길.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땀 흘리고 나오면 잊히는 솔이의 투정이 오늘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걸 잃고 있는 건 아닐까?



솔이가 요즘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아무도 내 사랑을 몰라,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오구오구 하기만 했었는데 그 말을 하는 솔이의 표정에는 깊은 슬픔이 가득하다. 아무도 자신을 몰라줄 때 우리가 느끼는 그 절망감. 네 살 아이가 정말 감을 알기나 할까? 누가 알겠는가 나이를 떠나 우리는 모두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인간인데. 솔이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마음이 점점 커가는 요즘. 나는 불안하다. 혹시나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내가 읽지 못하고 있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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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상을 바꾸는 15분이라는 영상에서 한 워킹맘의 이야기를 인상 깊게 봤다. 맞벌이에 육아에 지칠 때로 지친 엄마에게 들려온 소식, 큰 아이의 발달장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다 가족들이랑 행복하려고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자신의 삶에 닥친 불행에 망연자실했다는 그 여자는 모든 것을 멈추고 아이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 하루 온종일 걷기만 하는 그 순례의 시간 속에서 여자는 깨달았다. 그동안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그저 모든 것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자신의 눈먼 시간들을 후회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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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이 영상이 문득 떠올랐다. 솔이는 요즘 부쩍이나 엄마 껌딱지가 되어간다. 아침에 일어나 잠드는 순간까지 엄마와 함께 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불안할 수도 있고 사랑이 부족할 수도 있다. 나는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아이에게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떠 학교놀이, 블록놀이,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등등 뭐든 엄마 옆에서 엄마랑 같이 하는 상황극을 하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없으면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내가 그 시간에 충실한가? 아니다 나는 때때로 그런 솔이를 귀찮아한다. 아침에 정신없이 아침밥 준비하고 등원 준비 , 내 운동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데 솔이의 템포는 언제나 여유롭고 길다. 거기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분명 나도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거 같다. 그렇게 솔이는 끝없이 놀이를 요구하며 등원을 회피하고 나는 끝없이 놀이를 거부하고 등원을 강요한다. 그게 우리의 아침이다.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 오후에 솔이가 돌아오면 내 나름 충전된 에너지로 솔이와 놀다가 저녁 먹고 씻고 잠자리에 들고, 이것이 솔이가 어린이집에 다닌 이후 계속되어온 일과다. 혹시 지루한 걸까? 어린이집이 심심하댔는데 가정어린이집이라 답답한 걸까? 오후에 문화센터라도 다닐까? 방문학습이라도 할까? 이런 갈증이 마음속에 있으니 놀이터에서 만난 엄마들이 하는 말에 금방 귀가 팔랑 인다.


무슨 수업을 하니 좋더라, 애가 금방 밝아지더라, 영어유치원이 좋더라. 또 다른 사람들은 우리 애도 그랬는데 일 년 정도 그렇게 다니다가는 적응해서 이제는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아침마다 그래, 다 그럴 때가 있는 거지 엄마가 마음 약해지면 안 돼, 등등. 그러면 또 이것도 해봤다 저것도 해봤다 그냥 버티자는 마음도 먹었다가 그냥 하루하루 오늘도 잘 넘겼다 이런 생각에 잠드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정말 불안했다. 누군가에게 맞추기에 급급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나도 조급한데 더 느린 솔이까지 질질 끌고 가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솔이의 외침을 듣고도 무시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정말 잃으면 안 되는 무언가를 잃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예민한 엄마라서? 내가 마음이 약한 엄마라서? 그렇다고 해도 좋다. 나는 나의 판단을 외면하는 게 괴롭다. 아이를 키우는 데 정답이 없다지만 나의 목소리, 나의 속도, 나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이 불안하다. 이런 생각을 운동이 끝나고도 계속하며 집에 돌아왔다. 밥을 먹고 어제 솔이가 소변을 본 이불을 빨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솔이의 등원 거부, 엄마와의 애착 그리고 껌딱지 이 모든 솔이의 행동, 이유는 밖에 있지 않다. 가정 안에서 찾아야 한다. 솔이가 더 놀고 싶다면 같이 더 놀아주자. 그러자면 내가 잠을 조금 줄이고 아침 일찍 솔이가 원하는 모든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일찍 일어나자. 지금처럼 솔이 보느라 수고했다고 솔이 잘 때 같이 자고 솔이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지 말고, 이제 이렇게 안주하지 말자. 이것밖에 없다.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답이 이것 밖에는 없다. 솔이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이랑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 가혹하게 세상의 틀에 아이, 나 자신을 구겨 넣지 않는 것.



이 글은 끝맺음이 없다. 오늘도 솔이 하원 시간에 맞춰 간식을 준비해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솔이가 뛰어놀 수 있도록 솔이의 마음을 따듯하게 채워줄 것이다. 그 무엇도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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