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했다. 너무 쉽게 지치고 너무 쉽게 화를 낸다고.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남편이 있으니 온종일 솔이랑 놀아줄 만도 한대, 나는 더 바쁘다. 둘째 수유하고 놀아주고 재우고 나오면 밥 먹고 빨래 돌리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점심 준비하느라 바쁘다. 당연히 솔이는 아빠랑 놀겠지 생각하고 온 집안을 뒤집어 놓고 청소 못해 죽은 귀신이 씐 사람처럼 그렇게 혼자서 바쁘다. 그러다가도 둘째 울음소리가 들리면 부리나케 들어가 또 오로로 까꿍 하다가 한 참 지나고 나서야 나온다.
그러면 솔이는 아빠랑 역할 놀이도 했다가 낙서 놀이도 했다가 티브이도 봤다가 뭐 그러고 있는데 그 중간중간 꼭 안방에 들어와 내 얼굴을 한 번씩 보고 간다. 그럼 나는 뭐라도 훔쳐 먹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둘째 보던 미소를 지우고 솔이에게 말한다. 솔 ~~~ 솔이는 딱히 할 말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이 그냥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또 아빠한테 간다.
어제 친구네 집에 다녀오니, 그 집이 얼마나 깔끔하고 좋아 보이 던 지 _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생각하며 쌓아두기만 했던 솔 이방 장난감을 정리하려고 일을 벌였다. 그 와중에 둘째가 깼고 정리를 마저 하고 싶어서 남편에게 둘째를 맡겼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솔이랑 놀다가는 언제든 그만두고 둘째에게 달려가는데 청소 그게 뭐 중요하다고 끝까지 하겠다고 앉아있었는지. 솔이는 늘 둘째 하고만 있는 엄마가 웬일로 나와있으니 디자이너 놀이하자, 유치원 놀이하자 하는데 나는 청소 그게 뭐 중요하다고 청소하면서 건성으로 솔이랑 놀이를 한다. 참 얄밉겠지.
그렇게 하루가 지날 때쯤 솔이랑 아빠가 피자를 먼저 먹고 마지막 내 차례, 남편이 둘째를 재우러 방에 들어가고 나와 솔이만 거실에 남았는데 적막이 흐른다. 그렇게 알콩달콩했던 우리 사이가 무언가 틀어진 분위기. 솔이도 한 번 놀자고 말했다가 '피자 다 먹고' 말을 듣고는 혼자 미끄럼틀 타고 노는 건지 마는 건지 어슬렁 거린다. 그런 솔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피자를 먹는데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둘째 태어나고 솔이 상처받을까 봐 늘 조심한다고 하면서도 그 모든 게 내 마음 위한 일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스친다.
왜 그럴까?
어제는 기저귀 가는 내 옆으로 솔이가 오더니, 둘째를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내가 안보는 사이 쓰담쓰담이 퍽퍽이 되었고 둘째가 울었다. 나는 황급히 둘째를 안으며 솔이에게 뚜뚜를 때렸냐고 쏘아붙이며 정색을 했다. 나도 모르게 정말 솔이가 미웠다. 진짜 때렸는지 실수였는지 알 수 없지만 (때렸다) 솔이는 그런 엄마가 무섭고 서러웠는지 대성통곡을 했다.
그 전엔 침대에서 사이좋게 뒹굴다가 솔이가 갑자기 그랬다. ' 내가 뚜뚜 다리 꼬집었어 ' _ 자기도 모르게 동생이 미워서 꼬집었는데 꼬집고 보니 미안하고 괜히 엄마한테 혼날 거 같아서 미리 고백하는 솔이의 마음. 웃으면서 그러지 말라고 뚜뚜도 사랑하는 우리의 가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걷잡을 수 없다. 이미 뚜뚜는 솔이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아간 존재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뚜뚜만 사랑하는 못된 엄마가 되어버렸다. 둘 다 깡그리 싫고 밉고 얼마나 속상할까 _
오늘은 옹알이를 하는 둘째를 바라보는데 솔이가 다가왔다. 그렇게 한 참을 셋이서 이야기했다. 둘째도 누나 목소리가 들리면 쳐다보고 웃고 그런다. 그렇게 아 _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 솔이가 둘째 귀에 다 대고 고함을 질렀다. 천사와 악마 사이를 오가는 솔이다. 놀란 둘째를 쓰다듬어 주고 진정시킨 다음 솔이를 안았다. 그 전엔 삐죽거리며 눈치만 보다가 내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그 눈물의 의미는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엄마의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그런 날들이다.
스트레스와 죄책감이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