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3일이었다.
월요일 아침까지만 해도 참 파이팅 넘쳤다. 퇴근해서 까지도 파이팅이 넘쳐서 야근했는데도 집에까지 걸어왔고, 심지어 과일도 사서 친구 집에 놀러 가 오랜만에 수다도 떨었다. 3일 뒤에 가게 될 여행의 기대감에 신나서 여행 얘기를 한참 하다가 집에 왔다.
그렇지만 코로나는 강력했다. 내가 가게 될 여행지는 하필 이번 주부터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여행카페에서는 온갖 가느냐 마느냐, 괜찮냐 안 괜찮냐 파로 나뉘어 실시간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업로드하고 있었고 내 기분도 글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했다. 뉴스로 보는 상태는 더 심각했고, 엄마도 조용히 “갈 거니..?”라고 물었지만 나는 이미 신나게 짐도 1/3은 싸놓은 상태였다. 심지어 되게 구체적으로 코디까지 짜면서 말이다.
꽤나 크고 긴 여행이었고, 중요한 여행이었다. 주말 동안에 여행에 가져갈 것들도 신나게 구입하고 숙소도 미루고 미루다가 예쁜 숙소들로만 예약을 완료했는데 내 여행지의 상태는 예쁘지 않았다.. 기대감만으로도 신나야 하는 순간에 혹시 모를 상황에 ‘너무 들뜨지 말자..’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애써 내보내며 운동도 안 하고 잠들었다.
뒤숭숭했지만 자고 다음 날 -
2일 뒤에 여행이었다. 와 이틀만 출근하면 무려 7일을 회사를 쉰다는 신나는 아침이었다. 친구가 여행지 내 이동이 제한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전까지.. 우려했던 상황인데 결국 벌어졌구나.. 싶었다. 일단 48시간 내로 취소하면 수수료가 적을 에어비엔비를 취소했다. 바로 전날 예약했던 민박도, 유심칩도 모두 취소했다.
그렇지만 항공권과 진짜 가고 싶었던 호텔만은 취소하기가 너무 싫었다. 그래도 10%의 가능성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미련이 남아서 어차피 위약금 낼 거 조금 더 기다려보자 했는데- 그 미련 때문에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결국 견디기 어려워서 여행 자체를 끝내게 되었다. 시작도 못한 채 말이다.
하필이면 영어로 진행되는 미팅까지 있는 나에겐 고강도의 업무까지 있던 날이라 더더욱 멘털 끝까지 바짝 털렸고, 비도 왔고, 여행까지 엎어져서 몸과 마음의 기운이 사라졌다. 허무하고 코로나가 너무 밉고, 힘들었다.
그래서 치킨 먹고 싶다고 징징대니 오빠가 시켜줘서 야밤에 엄마랑 뚝딱 먹었다. 바디 프로필이고 뭐고 나는 당장 달달한 걸로 기분을 풀고 싶어서 그냥 맛있게 먹었다. 진짜 맛있었다. (허니 콤보 최고다) 그리고 운동을 또 잊은 채 그냥 잠들었다.
여행 전 날이었을 어제는- 왠지 모르게 하루 종일 피곤했다. 기운을 잃어서인지 퇴근하고 집에 와서 또 이것저것 주워 먹다가 6시부터 잠들어서 12시에 잠깐 깨고, 다시 6시까지 잤다. 전 날 밤이라도 새운 듯 푹 잤다. 자고 일어나니 피곤함은 없어졌고 다시 그냥 원래대로의 일상으로 돌아가자 마음먹었다. 비록 오늘이 예정대로면 비행기에 있었을 시간일지라도 말이다.
참 등산처럼 오르락내리락했던 삼일이었다. 바디 프로필 앞두고 치킨도 먹고 운동도 잊고 참 잘 놀기도 했다. 그래도 여행에서 먹은 것보단 낫겠지라고 생각하고, 여행의 아쉬움을 접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오늘 밀린
글들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로 놔버리면 지난 47번의 일찍 일어난 기록들이 아깝잖아! 꾸준함은 어떤 상황이 와도 다시 돌아가려는 오뚝이 같은 정신력이 필요하다. 나는 다시 곧게 서서 중심을 잡아보려고 한다.
아쉽고, 아쉽고, 아쉽지만 -
모든 건 다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을 못 간 게 더 좋은 선택이었을 거라고 믿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파이팅해야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