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는 못하겠어요
기상 시간 5:39
공복 유산소 20분
집에서 나온 시간 6:37
출근 시간 7:06
요즘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오래 있어보니 깨달았다. “나는 절대 재택근무는 못 하겠다.”라고.
단축근무로 칼퇴하고 집에 오면 4시도 안 되는 낮에 집에
온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 미드를 보면서 집에 있는 온갖 주전부리를 먹는 일이다. 집에는 참 맛있는 게 많다. 과자처럼 먹고 있는 아몬드 후레이크도, 엄마가 예쁘게 깎아놓은 과일과 맛있게 졸여놓은 반찬들도 냠냠하고 먹다 보면 어느새 밥도 떠놓고 먹고 그렇게 배부르게 먹는다. 배가 부르니 잠깐 쉬자고 해놓고 침대에서 한참 인스타를 하다가 잠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주말보다는 출근하는 게 좋을 때가 있다. 규칙적으로 적당히 긴장감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오히려 내 생활이 균형 있게 잡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나에게 남은 몇 시간이 더 소중해서 어떻게라도 알차게 보내려도 하는데, 요즘은 2시간이 더 생겨버리니까 이 시간이 낯설어서 더 게을러지고 있다. 일부러 약속도 안 잡고, 성당도 가지 않는 주말은 더더욱 늘어지게 된다. 시간이 많다고 해서 시간을 잘 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주말도 평일처럼 규칙적으로 보내면 좋겠지만, 금요일 퇴근부터 풀려버리는 고삐는 그런 성실성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주말은 게을러야 해!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도 받는 듯이 일부러라도 더 늘어진다. 사실 그 시간이 마냥 그렇게 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도 말이다. 주말도 평일처럼 알차게 시간의 소중함을 알면서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적당한 템포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