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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로부터 Mar 12. 2020

[46/100] 버라이어티 토요일

건강과 안건강의 사이

3월 7일의 기록 [ 46/100 ]

기상 시간 6:50


요즘 날씨도 미세먼지도 너무 좋은데 딱 하나, 코로나가 안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양재천을 걷기가 참 힘들다. 마스크를 끼고 가지만 일부 마스크를 끼지 않고 헉헉- 대면서 러닝 하는 사람들을 보면 샛길로라도 빠져서 피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은 이렇게 비 마스크인들을 무슨 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피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침 일찍 양재천에 갔다.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피해보려는 일종의 노력이었다. 이렇게 까지 해서 사람들을 피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렇게라도 한적한 양재천을 누리고 싶었다. 안전하게.. ㅠ



사람이 없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이 놓이는 슬픈 요즘이다. 언제쯤 이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가 될지 싶다.




그렇게 건강한 아침을 보냈는데 불청객이 찾아왔고 하필이면 진통제가 없어서 뜨끈한 전기 매트로 버티다가 화장실에서, 화장실 앞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운 1시간을 보냈다. 으.. 대자연 앞에 소용없는 인간이여..



식은땀 줄줄 흘리며, “엄마.. 제발 약 좀 사다 주세요..”라며 울부짖었는데 엄마는 그렇게 매월 약으로 버티면 안 된다며 열이 오르는 크림을 배에 열심히 발라줬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 하... 엄마손은 약손이라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지금의 고통을 잊을 약인데요...? 그렇게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정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거의 잠에 빠졌다고도 할 수 있다.


자고 일어나니 다행히 고통은 끝나 있었다. 복근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일까, 아니면 오랜만에 진통제 없이 버텨서 그럴까.. 참 죽을 맛으로 보낸 시간이었다. 몸에는 힘도 없었고 속은 여전히 쓰렸다.



속이 쓰린 나에게 필요한 건 따끈따끈한 죽이었다. 그냥 있는 밥으로 끓여주실 줄 알았는데, 흰쌀을 불리고 참기름에 볶아 새 밥으로 죽을 끓여주셨고 맛있는 계란찜까지 뚝딱 만들어주셨다. 기운이 나는 엄마의 맛이었다.


참 건강하게 시작했지만

건강하지 않은 마무리의 토요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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