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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eader Apr 02. 2024

수리가 필요해

단백질의 일생


인체 단백질의 세계에는 꽤 부지런하고 희생정신 투철한 세포 하나가 있습니다.

녀석의 이름을 '분자 샤프롱'이라 부르더군요.

고장 난 세포는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믿음직스러운 관리자가 엉키고 틀어지지 않도록

눈 부릅뜨고 지켜봐 줘야 합니다.

분자 샤프롱이 바로 런 세포 관리자,

혹은 정비사 같은 것이죠. 

이 녀석은 다른 단백질들이 무사히 성장하도록 

바지런히 돌보다가 할 일을 마치면 조용히 소멸합니다.


'과ㆍ알ㆍ못'인 저도 흥미롭게 읽은

 '단백질의 일생'이라는 책에서 만난

분자샤프롱, 대충 이런 녀석이었습니다.

오늘 제게도 그런 헌신적 정비사가 필요하군요.


그리도 부지런했던 날들이 내 기억이 아닌 양

낯설어지는 시절입니다.

근래, 글쓰기 회로가 고장 났거든요.

마음이 식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권태와 소심함의 컬래버 속

길게 망설이는 손끝.

그만,

그만 쓰고 싶다고,

손끝을 오므립니다.

고작 몇 장의 줄글미루며 버티는 것이죠.


고장 난 쓰기 회로를 돌봐줄 분자샤프롱이라도 찾아야 할까 봐요.

어른이 되어도

돌봐줄 이가 필요한 순간들있네요.

손끝의 감각 영영 사라지지 말라며

힘겹게 점 하나 찍어봅니다.

제발 쓰자고,

건필을 기원하면서!




     [분자 샤프롱을 만났던 책 '단백질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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