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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Mar 15. 2018

#44. 은퇴 3적(賊)에 주목하라(1)

 부모의 노년을 위협하는 자녀 리스크 / 자녀결혼

행복한 현역을 보냈어도 노년이 불행하면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법정 퇴직은 제2의 인생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관문이다. 앞 선 글에서도 다루었듯이 은퇴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은퇴 3적(賊) 비용은 노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위험요소다.

만일 3적 관련 비용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은퇴하게 되면 노후 3재(災) 명명한 생활위험과 만나기 때문이다.(인생 전개 모형도 참조)

 인생 전개 모형도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희망한다. 하지만 기대로 끝날 공산이 매우 크다. 행복한 노년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risk 중 하나인 자녀 결혼 자금(은퇴 3적 중 한 가지)을 예로 들어보자.


Q1> 남녀 결혼자금 총액을 2억이라 가정할 때  배우자가 몇%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회에 첫발은 내딛는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던지는 첫 질문이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돈이 오가는 문제에서는 냉정을 잃지 않는다. 여성들의 경우는 남편 될 사람이 많게는 80%, 작게는 60% 정도 수준에서 부담하기를 원한다는 답변이 다수다.

반면에 남성들의 답변은 이구동성 천편일률적인 답변이 나온다. 이미 예측했겠지만 반반이다.


Q2> 희망하는 결혼 연령은 몇 살인가?

남성들의 경우는 대략 31세~33세를 여성의 경우엔 30세 전후를 희망하는 답변이 우세하다.


Q3> 여러분의 나이를 보면 남자는 26세~28세, 여자는 23세~26 정도가 대부분이다. 여러분이 희망하는 나이에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좋은 직장에 들어왔으니 열심히 저축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한다.


Q4> 결혼자금을 만들 수 있는 기간은 남자의 경우는 대략 5년~8년 정도다. 그 기간 동안에 부모님의 도움 없이 1억 3천만 원(부담률 65% 기준)의 자금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들의 입은 이내 벙어리가 되고 만다. 그나마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대출이다. 그들도 안다. 결혼은 빚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급여가 높은 대기업 신입사원들도 이런데 상대적으로 급여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젊은이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들은 깊은 한 숨으로 답을 대신하는 형편이다.

웨딩 컨설팅 업체 ‘듀오웨드’는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남성 516명, 여성 484명)을 대상으로 주택, 웨딩 패키지, 예물, 예단, 혼수 등 전체 결혼 자금을 조사해 정리한 ‘2015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서 주택비용 1억 6천835만 원을 포함해 평균 2억 3천798만 원의 결혼 자금이 들어간다고 조사했다. 신랑이 부담하는 비용이 1억 5천231만 원, 신부가 8천567만 원으로 ‘64% VS 36%’의 비율이다.

예비 신랑 신부가 결혼 자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대출, 자기 저축, 부모의 도움 등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시작부터 부채를 떠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예비 신랑 신부가 결혼자금을 해결하지 못하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데 부모 역시 미리 저축한 금액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마지막 히든카드인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자녀가 둘이라면 부모가 느끼는 결혼자금 압박감은 더 커진다.

그나마 원하는 곳에 취업이 돼서 경제활동을 한다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고학력에 좋은 스펙을 쌓았어도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아르바이트에 내몰린 청년들은 또 얼마나 될까. 이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 결혼 자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악의 고용 절벽 시대… 미취업 청년 33.6% 정신건강 위협 : 네이버 뉴스            

- 4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29세 이현수(가명)씨는 최근 집에서만 웅크리고 있는 일이 잦다. 집 밖을 나서기도 두렵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입사 최종 문턱에서 수차례 낙방하니 이젠 ‘꿈’이란 단어도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다. 이씨는 “자취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하고 있지만 집에 돌아오면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나는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만 든다.(중략)

- 청년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지자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정신장애 등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자리가 없는 청년의 정신건강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지난해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 477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과 구직 의욕 등을 알아보는 심리정서 진단을 진행한 결과 정신건강 위험군인 정서적 고위험군(‘조기 정신증’ 혹은 ‘자살’ 위험을 가진 사람)과 잠재적 위험군이 전체의 10.8%로 나타났다. 심리상담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13.2%, 정서적 어려움이 구직 활동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9.6% 등 미취업 청년의 33.6%가 정서적 처치가 시급하거나 필요했다(이하 생략)

취업이 안 되는 본인도 스트레스가 엄청나겠지만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는 애간장이 타 들어간다.

자기 인생이니 자기가 알아서 준비할 거라고 생각하며 쿨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자식이 보물 단지는 아니더라도 애물단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부모들의 원망 어린 넋두리가 메아리가 되어 퍼져가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일백번을 곱씹어도 준비하지 않는 노후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취업과 연계된 자녀 결혼자금 확보 방안만 생각해도 부모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변수로 작용될 수 있다. 그러니까 노후준비는 자녀 리스크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현실이라는 삶에 치여 살다 보니 노후준비를 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누구도 자신의 노년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노후준비는 그 어떤 이유로도 거절되지 말아야 하는 핵심중의 핵심 요소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살아가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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