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뾰족달 May 21. 2023

엄마의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나만의 맞춤 선물세트

     






택배가 왔다.

저 멀리 감결마을에서.


얇은 패딩바람으로 칼바람을 뚫고서

빈 상자를 찾아 주워다가

냉동실 구석구석 쟁여둔 

자식 배불릴 음식을 빈틈없이 꾹꾹 넣어서

삐뚤삐뚤 테이프를 붙여 싸매고

며칠을 기다린 택배 편에

귀한 박스를 보내왔다.    

 

삐뚤삐뚤 붙인 테이프와 또박또박 쓴 주소


끝도 없이 나오는 마법상자




한달음에 박스를 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여기 다 있다.

마른오징어, 햇살 가득한 장독에서 퍼낸 된장,

매운맛 고추장, 한라봉과 사과,

참치 캔, 밥도둑 젓갈들과 1+1으로 산 칫솔까지     

엄마 마음이 다 느껴져서 이 상자가 눈물 났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 엄마 얼굴이 보인다










이제는 내가 택배를 보낸다.

굴을 넣은 미역국, 

달달달달 볶아 무와 함께 푹 끓인 황탯국,

엄마가 좋아하는 군임석들.  

택배를 싸며 저절로 웃음이 난다.

엄마도 예전에 이런 얼굴이었겠구나.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 이제 잘 부탁한다.

상자야 조심히 가거라.

엄마에게로.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숲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