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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Sep 13. 2020

세월호의 아픔 속에서 치러진 선거

2014년 6월 4일 실시 _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로 탄생한 박근혜 정부는 제6공화국의 여섯 번째 정부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이끌었던 정부였습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었고 젠더 관점에서는 반여성적 성격이 강했던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정책과 여성인권은 오히려 후퇴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 심판을 받은 대통령이 되었으며, 대통령 본인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주요 인사 대부분이 기소되거나 처벌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25일 출범했으나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예정보다 약 1년 일찍 끝나고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해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2017년 5월 치러지게 됩니다. 


출범 직후부터 국정원 및 군 정보기관 등의 여론 조사 개입 사건 등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고 2013년 5월에는 미국 순방 중에 터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으로 국민들을 당혹하게 하더니 마침내 2014년 4월 청해진 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300여 명의 무고한 고등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6회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2달 여 앞두고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후보자들은 거리 유세 등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중단했고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이전과는 달리 다소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치러지게 됩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2014년 6월 4일 실시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12년 7월 1일 출범한 국내 17번째 광역자치단체인 세종특별자치시의 단체장을 포함해 광역단체장인 시도지사(17명), 기초단체장인 구시군의 장(226명) 광역의회 의원인 시도의원(지역구 705명/비례대표 84명), 기초의회 의원인 구시군의원(지역구 2,519명/비례대표 379명)과 교육감(17명) 등 7개 선거를 통해 총 3,952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였습니다. 2010년 제5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되었던 교육의원 직선제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는 이번 선거에서부터 폐지되었습니다. 한편, 논의만 무성했던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도 무산되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구시군 의회의원의 정당공천은 존치되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 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전국이 애도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후보자들은 예전 같았으면 사용했을 확성기와 율동, 로고송을 동원한 선거운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해 각 후보자들은 조용한 선거운동을 벌였습니다. 후보들의 공약도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 맞물려 주로 시민안전과 사고예방과 관련한 공약에 집중되었고 다른 선거 이슈와 정책공약은 크게 부각되지 못하였습니다. 


인천공항대합실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선거 결과 최종 투표율은 56.8%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5년 처음으로 시작된 동시지방선거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무거운 분위기에서도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상당이 높아진 데에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제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사전투표제도란 선거일전 5일부터 이틀간(5월 30일과 31일) 전국의 읍면동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주소지와 상관없이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제도인데 이번 선거에서부터 처음 실시되었다. 사전투표제도는 전국의 선거인을 하나의 통합선거인명부에 등재하여 단일한 전산망으로 전국의 사전투표소를 연결함으로써 가능했습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11. 49%에 달할 만큼 성공적이었으며 전체 투표율의 상승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광역단체장 당선자



전체적인 선거 결과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 심판론과 박근혜 정부 사수론이 비등하게 반영된 결과, 여당이나 야당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평가할 수 없는 무승부의 양상을 보였습니다. 광역단체장선거에서는 안철수 김한길 대표가 이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9명, 여당인 새누리당이 8명 당선되는 박빙의 승부였으나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진영의 후보자들이 대거 당선되었습니다. 이는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선거 등 다수의 접전지에서 지난번 선거와 달리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민주당 후보자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는 결과가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선 이후 정치권에 불어 닥친 '종북논쟁'의 여파로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이전처럼 적극적인 후보 단일화에 나설 수 없었으며 통합진보당 불법 경선 사태로 인해 분열된 진보진영은 선거에서 단일 대오를 갖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대부분 접전지에서 당선자와 제1야당 후보의 표 차이는 다른 진보진영 후보가 얻은 득표수를 밑도는 근소한 표차이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는 여야 간의 세력 균형,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 진보정당의 분열과 위기, 소극적인 단일화와 미미한 효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교육감 당선자와 번호없는 교육감 투표용지


선거제도 측면에서 이번 선거의 특징은 사전투표제도 이외에도 정당 공천이 배제된 교육감 선거에서 처음으로 ‘교호순번제 투표용지’를 도입한 것입니다. 이것은 교육감 후보자의 투표용지 게재 순서를 하나의 선거구임에도 불구하고 고정시키지 않고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구 단위로 순서를 순차적으로 바꾸어 인쇄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교호순번제 투표용지'를 교육감 선거에서 도입한 것은 유권자들이 기호 순서나 선거벽보 순서 등에 따라 교유감 후보자를 특정 정당의 후보로 유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선거는 끝나고

제6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13년 11월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심판청구는 선거가 끝난 뒤 2014년 12월 결국 인용되어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로 원내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이 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는 2012년 12월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려 나왔다'고 일갈한 지 딱 2년 만이었습니다.  당시 정부 측을 대리한 사람이 바로 법무장관 황교안인데, 그의 최후 변론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궤의혈(堤潰蟻穴)’,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말입니다. 국가안보에 허점이 없도록 북한을 추종하는 위헌정당을 해산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이 정당으로 존재하는 한, 국가와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며, 정당해산의 방법이 아니고서는 종국적인 국가안보의 확보가 불가능합니다."


반면, 통합진보당을 대리한 이정희 대표의 최후 변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고 모든 이에게 평화가 깃드는 세상을 바랍니다. 진보당의 지향, 자주 민주 평등 평화통일은 우리 자신보다 더 귀한 존재인 우리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길입니다. 모든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 지향은 헌법정신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고, 헌법은 이 방향에서 더욱 발전되어야 합니다.

 


황교안과 이정희



결국, 헌재의 결정에 따라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박근혜 정부는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  같은 해 여름 메르스 사태의 혼란 속에서도 좌우 이념 논쟁과 종북좌파 척결에 박차를 가하며 10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추진하더니 12월 박근혜 정부는 마침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굴욕적인 한일협정으로 대일청구권을 헐값에 일본에 팔아넘겼듯이 일본과 '최종적이고 비가역적인' 종군위안부 합의를 채결했습니다. 그 밖에도 2016년 2월 제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끝내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등 남북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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