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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Sep 10. 2020

역사는 반복되는가

2012년 12월 19일 실시 _제18대 대통령선거

4월에 치러진 총선을 승리로 이끈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뜻밖의 선전으로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선출되었습니다. 사실, 개표 결과가 최종 집계될 때까지 아무도 그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는데. 선거 초반만 해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워낙 강해 이번 대선에서는 야당 후보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게다가 야권 후보자 중에 이른바 '안철수 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후보자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실패하자 정권교체를 위해 11월 23일 자신 사태하여 선거구도는 여야 간의 양강 구도로 정리되면서 후보 단일화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야당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첫번째 대결


박근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새로운 기록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우선 생물학적의 의미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으며, 최초로 박정희와 박근혜 부녀가 모두 대통령이 되는 기록도 세워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박근혜 후보의 최종 득표율을 소수점 아래 한자리로 절사 해보면 51.6%로 집계되는데 바로 아버지 박정희 소장이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1960년 5.16. 과 날짜가 동일합니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48%를 득표했습니다.


박근혜 승리의 1등 공신은 아버지와 어머니


20년 만에 총선과 같은 해에 치러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박근혜 후보의 외모가 아버지를 많이 닮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향수를 노년층 유권자들에게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었던 점, TV 토론에서 "다카키 마사오의 딸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며 박근혜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인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에 대한 노년층의 반발심과 영부인 육영수를 연상시키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동정론이 야권 후보자에게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점, 실제 노년층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대거 몰려나와 높은 투표율을 보여줬다는 점, 선거 막판 터진 국정원의 여론조사 개입 사건과 이를 둘러싼 경찰의 성급한 수사 발표가 여권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 안철수 후보의 후보 사퇴가 오히려 여권 지지층을 집결시켰다는 점, 안철수 후보는 후보자 사퇴 후 적극적으로 문재인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서지 않아 안철수 지지층의 표가 문재인 후보에게 대거 유입되지는 못했다는 점,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선거에서 야권에 속하는  진보 진영 소속 후보들이 다수 출마하여 야권표를 분산시켰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박정희와 육영수 여사



또한, 이번 선거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공교롭게도 후보자들의 기호가 홀수 번호는 여성에게 짝수 번은 남성에게 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무소속의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가 각각 1, 3, 5, 7번의 홀수 기호를 얻었고, 남성 후보인 통합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강지원 후보 등은 모두 짝수 기호를 얻었던 것입니다. 강지원 후보는 훗날 '김영란법'으로 유명해진 김영란 전 대법관의 배우자입니다. 이렇게 해서 놀랍게도 우리 선거역사상 여성후보자들이 얻은 득표수가 남성 후보자들보다 더 많은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이번 선거의 소소한 기록들 중에 하나는 이번 선거의 출마자들은 모두 역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없는 후보자들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역대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후보자가 출마했다는 것, 정당 소속 후보자(3명)보다 무소속 후보자(4명) 숫자가 더 많았다는 것 등입니다.

18대 대선 후보자 선거벽보


선거 절차사무 측면에서 이번 18대 대선에 처음 도입된 제도를 살펴보면, 선거 사상 처음으로 선상투표제가 도입되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선장이 운항하는 외항선박을 타고 있는 선원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부재자투표 개시 시간을 이번 선거에서부터 오전 10시에서 오전 6시로 변경하여 유권자의 투표권 보장을 확대하였습니다. 총선 과정에서 부정선거 시비를 야기했던 종이 투표함도 이번 선거에서부터 전자칩이 내장된 강화 플라스틱 투표함으로 전격 교체되어 보다 엄정한 선거관리를 통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도입된 강화 플라스틱 투표함과 투표용지 (중앙선관위)



최종 투표율은 지난 17대 대선보다  무려 12.8%나 상승한 75.84%로 최종 집계되었고 이런 높은 투표율이 바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당초에는 투표율이 높게 나오자 야당인 문재인 후보 쪽에 유리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실제 결과는 노년층의 투표율이 대거 상승한 결과로 박근혜 후보 지지층의 결집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헌정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몇 가지 얻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초의 여성 대통령, 51.6%를 득표해 최초로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과반을 득표한 대통령, 역대 최다 득표수를 얻은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와 함께 최초의 부녀 대통령, 최초의 미혼 대통령, 대한민국 정부수립(1948년 8월 15일) 이후 태어난 첫 대통령 등입니다. 



이런 몇 가지 최초 타이틀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마침내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역사상 최초로 살해당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탄핵이라는 정치적 사망선고와 서거라는 물리적 사망선고를 두 부녀가 모두 차지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어디서인가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라고 했는데, 다만 어떤 게 비극이고 어떤 게 희극인지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박정희와 박근혜



이번 선거 막판 터져 나온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의혹은 결국 검찰의 수사결과 사실로 밝혀졌고, 국정원의 여론 조사 의혹을 선거 직전인  12월 16일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덮으려 했던 서울경찰청의 발표도 당시 증거를 발견하고도 허위 발표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국정원장 원세훈은 구속 수감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후 확대된 검찰 조사에서는 국정원뿐만 아니라 사이버 경찰단, 국군 사이버 사령부와 기무사, 경찰청등 다수의 국가기관이 선거 여론 조작에 가담했음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 밖에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확산이 가져온 선거운동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각 정당과 각 후보자 선거 캠프와 지지자 층의 이른바 '댓글부대'가 벌인 치열한 선거 여론전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제18대 대선에서 주목할 사건은 기성정치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등장한  '안철수 현상'의 대두와 그 몰락입니다.  의사 출신의 성공한 벤처 기업가, 대학 교수라는 참신하고 특이한 이력과 몇 차례의 방송 출연을 통해 인간적 면모와 매력이 부각된 안철수 후보는 후보자로 전면에 나서기 전에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여당의 박근혜 후보나, 야당의 문재인 후보를 능가하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의 서울의 지지율 변화



결국 2012년 9월에 한 출마 선언 이후 초기에는 문재인 후보를 누르기도 했으나 이후 문재인 후보에게 따라 잡히면서 2~3위를 엎치락뒤치락했고, 당시만 해도 안철수 후보가 새누리당의 재집권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혀 당연히 야권 후보로 분류되어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일화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안철수 후보는  중도 사퇴하였고 이로써 이번 선거의 주역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문재인 후보의 선거 패배와 이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정치적 사안에서 보여준 안철수 후보의 우유부단한 태도, 자신의 정치적 구상인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미흡 등등 때문에 그의 반대세력도 많아졌고 따라서 선거 이후 '안철수 현상'은 정점을 찍게 됩니다. 비록 19대 대선에서는 독자적으로 출마해 완주를 했으나 2위인 홍준표 후보에도 뒤지는 3위를 기록하면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지나가고 맙니다.

후보자 사퇴 선언하는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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