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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살이궁리소 Feb 18. 2024

가진 것 없으면 시골인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 지금의 농촌

제가 귀농할 사람들을 도와 주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나라에서 녹봉을 먹는 공인도 아닌데 간혹, ‘내가 시골로 갈 것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을 내놓아 보라!’는 식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어떤 분이 무작정 저를 찾아와 방법을 내놓으라는 식의 태도로 말하는 통에 저의 부족한 포용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Q.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시골 가서 뭘 하면 될까요?     

A. 가진 것이 없다면 시골은 어렵습니다.    

 

Q. 시골사람들은 어쨌거나 대부분 가진 것 없이도 살기는 하잖아요?     

A. 농지는 팔아봐야 농협빚 갚으면 가진 것이 없는 것은 맞지만, 새로 시작하는 사람은 자기돈으로 집도 있어야 하고 농지도 있어야 합니다.  

    

Q. 농지는 빌리려고요.     

A. 작은 규모의 노지작물은 수익을 얻기 어렵습니다. 수만 평 단위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농기계 값만 수억이 필요하고요.     


Q. 시설을 해야 한다는 거군요. 그래서 스마트팜은 나중에 자리 잡히면 하고, 우선은 비닐하우스에서 오이나 키워 보려고요. 땅은 빌리고요.     

A. 오이하우스 경영규모가 200평 하우스 7동인데 1동에 약 2,300만 원씩이니까 7동에 1억 6,000만 원은 필요하지요. 연동 하우스라면 1,000평에 4억은 필요합니다.     


Q. 그래서 처음에는 2~3 동만 하려고요.     

A. 그렇다고 이틀에 하루씩만 나가서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슷하게 일하는데 매출은 절반 소득은 1/3이 됩니다.     


Q. 그럼 사과농사는요?     

A. 자기 땅을 가져야 하고 경영규모는 3천 평입니다. 과수원 할 농지는 평당 10만 원 이상이고요. 3억 내외가 필요한 셈이지요.     


Q. 임야를 개간한 땅은 2~3만 원쯤 하지 않나요?     

A. 개마고원이라면 몰라도 남한에서는 절대 없을 겁니다.     


Q. 그래도 사과는 시설은 안 하잖아요.     

A. 암거배수, 지줏대, 묘목이 평당 5만 원이니까 1.5억. SS농약분무기 4천, 승용제초지 4,000, 농업용 트럭 2천, 고설작업기 2,500, 선별기 2,000, 저온 저장고 7,000만 해도 3억 6,500이니까 땅값을 평당 10만 원만 해도 6억 6,500만 원의 초기 비용이 필요합니다.      


Q. 그렇게나 많이 들어간다고요?     

A. 농약, 비료, 인건비, 같은 운영비는 추가이고요. 아! 그리고 이것은 집은 짓지 않고 텐트에서 잘 때의 얘깁니다.      


Q. 과수원은 돈이 많아야 하겠네요.     

A. 과수원집 막내딸하고 결혼하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Q. 그럼 딸기 하우스 1~2동 짓고 체험농장은 어떨까요?     

A. 체험객이 오려면 주차장이 있어야 하겠지요.      


Q. 나머지 땅에 포장은 나중에 하더라도 자갈 좀 한두 차 받으면 되고요.     

A. 불법입니다.


Q. 내 땅인데요?     

A. 농지는 농사만 지어야 합니다.     


Q. 주차장으로 허가 내면 되지요.     

A. 80평 주차장을 얻기 위해서는 20평 건물을 지어야 하고, 이때 합계 100평에 대한 농지보전부담금을 내면서 대지 전환을 해야 합니다. 다만, 농지를 농업인주택 및 농축산업 시설 등의 부지로 전용을 할 경우 농지보전부담금은 농지법 제38조의 규정에 의거 일정한 요건 하에 감면이 되기도 합니다.     


Q. 딸기잼이나 주스 같은 가공은 많은 토지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것부터 해봐야 하겠네요.     

A. 식품제조 가공 허가가 필요하고, 농지에 따라서는 불가한 경우도 있습니다. 품목에 따라서는 HACCP 같은 인증이나 허고도 필요하고요.      


Q. 시골에 가서 농사짓고 살지 말라는 거네요.     

A. 아무나 시골에 와서 농사짓고 살기는 어렵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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