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막에 멍하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나는 키가 너무 작아서, 한껏 고개를 들어 올려야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 여름이라는 건 나만 성가신 게 아닌 듯했다.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연신 펼친 손을 양옆으로 흔들며 부채질을 했다. 저렇게 하면 시원할까. 내 앞발은 너무 작고 동그랗다. 쓱싹쓱싹 발을 옆으로 움직여봐도 전혀 바람이 불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스스로 바람을 만드는 걸까. 나는 누렁이라서 바람을 만들지 못하나 보다. 물끄러미 앞 발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머리 위로 그늘이 졌다. 태양이 가려진 찰나의 서늘함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떤 여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내 가까이 다가오길래 흠칫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여자는 놀란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내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내 물그릇에 손을 대본다.
“물이 미지근하네. 많이 덥지?”
아저씨 말고 말을 걸어준 사람은 처음이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꼬리를 흔들까? 고개를 갸웃거려 볼까? 저 손을 핥아도 되나?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여자는 공장으로 스윽 들어가더니 아저씨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서 기쁜 표정으로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옆으로 맨 천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나에게 건넸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내 밥에다 정말 정말 맛있는 뭔가를 섞은 냄새. 먹으라고 하는 걸까. 먹어도 되는 걸까. 고개를 돌려 공장 안 아저씨를 쳐다봤다. 아저씨도 나를 보고 있다. 아저씨가 말리지 않는 거면 먹어도 되는 거겠지?
“어휴, 잘 먹네. 나 이 근처에 사는데 지나갈 때마다 놀러 올게”
여자가 준 건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여자는 한동안 내 옆에 쭈그려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와 같은 풍경을 바라봐 주었다. 여자의 손은 보드라웠고, 아이 덥다 하면서도 내 몸에서 손을 떼지 않고 계속해서 어루만져주었다. 이렇게 누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주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이 여자를 보면 꼬리를 흔들어야지.
*사진출처 : 시사저널 '평생 옥죈 ‘1m 목줄’에서 해방된 누렁이…“좋아서 진짜 웃어요”'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