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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r 30. 2017

작은 가게, 문화 만들기(1)

Contents: 단막극과 연속극 혹은 시리즈(1)

 문화공간은 창조나 놀이와 관련한 활동과 그 결과물을 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작은 가게가 문화공간이 되기 위해서 거창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 것 모든 것이 문화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오고 가고 주고받는 모든 가게가 곧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굳이 가게들과 문화공간을 떼어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시답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작은 가게라면 창조나 놀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이 있고 그 결과물을 담아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이 누구 하나가 짠!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와 행동의 방향을 예의 주시하다가 그 흐름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는 있다. 이 요상하거나 재미난 것을 수면 위로 건져 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과 재미있게 나눌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이 문화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소소한 활동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기꺼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서 함께 열정적인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훌륭한 문화기획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정말 다양하다. 문화 이벤트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전시나 공연, 파티와 강연이라도 그 장르와 주제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같은 사람이 기획하는 것이라도 언제, 공간의 물리적인 형태와 성향,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가게가 하는 작은 이벤트라 하더라도 사회적 대세인 트렌드를 반영하고 시작과 끝까지 잘 짜여져야만 지속 가능하고 의미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는 나름의 순서가 있다. 간단히 그 과정을 살펴보자면 일단 세 가지 단계인 준비-진행-정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준비단계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이벤트를 다 할 수도 없고 해야 하는 명분, 당위성을 내부적으로라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내상이 적다. 그러므로 이에 앞서 준비를 위한 준비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이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기존 기획이나 기획자와 운영자들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동원할 수 있는 인프라에 따라 기간, 규모, 비용이 어느 정도 갖춰있어야 한다. 만약 이를 넘어서는 것이라면 일단 충분한 경험을 쌓거나 부족한 경험, 인적자원, 물적 자원 등에 따른 외부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꼭 하고 싶다 면도 울 수 있는 사람, 방법을 찾아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준비의 준비단계를 간단히 짚어보자면, 우선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단순 유행과 달리 트렌드는 기획하고자 하는 문화 예술의 영역을 포함하여 경제나 정치 혹은 과학, 사회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면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큰 흐름을 의미한다. 1인 가구, 혼밥, 혼술, O2O, 인공지능, 해외유학, 워킹맘, 미세 먼지 등의 여러 사회적 키워드를 살피다 보면 우리 공간에서 새롭게 시도해 볼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주제나 아이디어가 뽑아지면 그런 현상들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것이 바로 목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이 명확하고 우리 공간의 성격과 부합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출발인 것이다. 


예를 들면, 혼밥/혼술 트렌드에서 청년실업, 1인 가구, 외로움, 간편함을 추구하려는 젊은이들의 성향 등으로 아이디어를 확장시킬 수 있다. 혼밥 하는 1인 가구 젊은이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만만한 파티를 기획해보면 어떨까. ‘편의점 제품으로 뷔페를 만들어 먹는 청년 파티’쯤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 가게가 서점이라면 그들의 이야기를 묶어 독립 잡지를 내거나, <혼자라도 괜찮아>쯤의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을 곁들일 것이다. 또 해외유학, 기러기 아빠, 갈 곳 잃은 직장인, 혼밥, 1인 가족 등의 키워드에서 ‘기러기 아빠들을 위한 주말 요리 강습’을 생각할 수도 있다. 주말에 할 일이 없는 기러기 아빠들의 생존방법을 전수해준다는 콘셉트를 잡는 것이다. 또 워킹맘, 조모 육아, 외동 둥이 등의 키워드에서는 ‘할머니와 손주가 함께 만드는 그림책 강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아이가 그리는 그림을 엮어서 세상 하나뿐인 그림책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루 짜리일 수도 있고 몇 회에 걸쳐 진행되는 것일 수도 있고 결과물을 묶은 전시나 단행본으로 확장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있다. 공간이 가진 유쾌하고 섬세하거나 진지하고 솔직하거나 혹은 우아하고 신비롭거나 하는 나름의 분위기에 따라, 규모나 가격이나 구성을 달리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브레인스토밍을 거치고 나서 살아남은 것들은 과연 수요가 있는가를 검토한 후 그 실행 능력을 내외부적으로 갖추고 있는지 등을 판단하고 마침내 세부 추진 계획, 홍보방안, 예산 수립 등을 진행하는 것이 이후 준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일정표를 작성하는데, 강연이나 워크숍, 공연이 포함된다면 초청 인사에 대한 섭외도 확정할 수 있도록 여유 있게 진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외부 장비나 케이터링이 필요하다면 관련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주제가 책이나 영화 등의 텍스트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저작권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쳐야 한다. 책을 주제로 한다면 출판사와 조율해서 함께 출판 마케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확정되면 홍보계획을 세우고 관련 온오프라인 포스터, 브로셔, 유료라면 티켓 디자인도 준비한다. 시각 디자인에서 사용하는 컬러나 폰트 등에서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살린다. 외부 대관 행사 거나 컬래버레이션 행사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공간이 가지는 콘셉트와 아이덴티티를 드러내어 기존 이벤트와 연계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SNS를 통한 순차적 홍보 계획, 매체 광고 집행 여부도 고려하여 예산을 잡는다. 일단 세부 내용에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1페이지로 전체 기획을 정리하고 세부 기획을 통해 추가해 나가는 것이 좋으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처리한 것과 남은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한다.


기획 구성항목은 다음과 같다. 


진행단계


진행단계에서는 행사 관련 다과 및 포스터 등의 홍보물 설치, 스케줄 진행, 게스트와 관객과의 소통, 미디어 등의 장비 담당자를 정하고 역할에 따른 체크리스트를 시간 별로 체크하면서 원활한 진행이 되도록 한다. 이때, 가능한 경우라면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통해 리뷰를 작성하는데 자료를 마련한다. 일회성, 다회성 여부에 따라 참여자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모두 마무리가 될 때까지 신경 써야 한다. 



정리단계


정리단계는 처음 목적을 달성했는지, 기대했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 것인 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관객 만족도, 강사와 출연진의 이벤트와의 적합성, 이벤트를 운영하는 중에 일어난 여러 상황에 대한 대응 수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이 것은 추후 기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크고 작은 이벤트를, 그것도 같은 공간에서 진행하고 나면 공간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언제 누구와 어떤 주제로 공간을 채울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가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획들은 처음에는 일회성의 단막극이지만, 조금씩 보완하면서 공감을 사고 흥행이 좀 되면 공간에 맞춤한 스타일을 찾으며 연속극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맷에 주제와 사람, 시간을 바꾸어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연속극이 지루해질 때면, 휴식기를 가지고 그다음에는 또 다른 시도로 시리즈로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기획은 점차 그 스펙트럼을 넓혀 나갈 수 있다.


부담 없는 아이디어라면 위의 복잡한 단계는 생략하고 직접 실행해보는 것도 좋다. 무료로, 소수로, 간단히 티타임을 열어서 아이디어를 묻고 친구를 사귀는 시간도 의미가 있고, 그런 자리에서 주변 가게 모두 모아서 축제를 벌이는 등의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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