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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터틀 Dec 09. 2020

히말라야의 마지막 선물

이제 레를 떠나는 날이다.

우리에겐 델리 여행이 남았지만 라다크는 이제 끝이다. 바라만 봐도 아름답고 평온한 라다크를 떠나 습기와 더위 가득인 델리, 그리고 인천으로 돌아간다.

마지막까지 함께 한 사람은 알리었다. 알리에게 마지막 픽업 비를 주자 수줍게 웃으며 얼마인지 확인도 안 하고 넣었다.


레 시내에서 공항은 매우 가깝다. 10분 정도 차를 모니 간이 건물이 가득한 곳이 공항이라고 했다. 국경지역이어서 역시 군인들이 가득했고 '사진 촬영 불가' 표지가 엄청 많았다. 레 공항에는 이 지역에서 섬기는 라마의 사진이 가장 높은 곳에 걸려 있었다.


 라다크 지역은 이슬람교도 비중이 더 높지만, 이 지역의 정신적 지주는 달라이 라마인 것 같다.

이곳도 델리와 마찬가지로 여자는 칸막이 안에 들어가서 몸 검사를 하고 보안 체크하는 라인도 남녀가 다르다. 추측해보건대 여자 몸을 만지는 것이 보이면 안 되는 것 같았다.


레 공항 내부에는 일을 하러 가는 듯한 넥타이 부대가 가득했다. 공항 의자는 만석이었고,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의자에 가방을 올려둔 인도 분 옆에서 혼잣말로 ‘가방 좀 치워주지’라고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한국말로 ‘한국 분이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한국말할 줄 아세요?’라고 물었다.

알고 보니, 부부는 지금 엘지전자 창원지사에 다니고 있고 7년 동안 창원과 인도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며 내가 가보지도 않은 한국의 관광명소 사진을 보여주며 다녀온 것을 자랑하셨다. 레에서는 한류가 좀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류는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비행기를 탑승하고 레를 떠나는 게 슬프도록 아쉬운 순간 우리의 눈에 히말라야가 들어왔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져 있는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에 능선마다 이어지는 만년설 그리고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구름까지.


비행기 안의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를 눌러댔다. 비행기가 좀 더 상공으로 올라가자, 만년설과 구름이 하나가 되어 장관을 이루었다.

라다크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누가 나에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장면을 묻는다면 난 단연코 비행기 안에서의 지금을 꼽을 것 같다.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천상의 아름다움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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