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델리 여행이 남았지만 라다크는 이제 끝이다. 바라만 봐도 아름답고 평온한 라다크를 떠나 습기와 더위 가득인 델리, 그리고 인천으로 돌아간다.
마지막까지 함께 한 사람은 알리었다. 알리에게 마지막 픽업 비를 주자 수줍게 웃으며 얼마인지 확인도 안 하고 넣었다.
레 시내에서 공항은 매우 가깝다. 10분 정도 차를 모니 간이 건물이 가득한 곳이 공항이라고 했다. 국경지역이어서 역시 군인들이 가득했고 '사진 촬영 불가' 표지가 엄청 많았다. 레 공항에는 이 지역에서 섬기는 라마의 사진이 가장 높은 곳에 걸려 있었다.
라다크 지역은 이슬람교도 비중이 더 높지만, 이 지역의 정신적 지주는 달라이 라마인 것 같았다.
이곳도 델리와 마찬가지로 여자는 칸막이 안에 들어가서 몸 검사를 하고 보안 체크하는 라인도 남녀가 다르다. 추측해보건대 여자 몸을 만지는 것이 보이면 안 되는 것 같았다.
레 공항 내부에는 일을 하러 가는 듯한 넥타이 부대가 가득했다. 공항 의자는 만석이었고,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의자에 가방을 올려둔 인도 분 옆에서 혼잣말로 ‘가방 좀 치워주지’라고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한국말로 ‘한국 분이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한국말할 줄 아세요?’라고 물었다.
알고 보니, 부부는 지금 엘지전자 창원지사에 다니고 있고 7년 동안 창원과 인도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며 내가 가보지도 않은 한국의 관광명소 사진을 보여주며 다녀온 것을 자랑하셨다. 레에서는 한류가 좀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류는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비행기를 탑승하고 레를 떠나는 게 슬프도록 아쉬운 순간 우리의 눈에 히말라야가 들어왔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져 있는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에 능선마다 이어지는 만년설 그리고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구름까지.
비행기 안의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를 눌러댔다. 비행기가 좀 더 상공으로 올라가자, 만년설과 구름이 하나가 되어 장관을 이루었다.
라다크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누가 나에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장면을 묻는다면 난 단연코 비행기 안에서의 지금을 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