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여행은 일몰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판공초에서도 일몰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엔 꼭 봐야겠다 했다.
레에서 일몰 포인트로 손꼽히는 곳은 산티스투파였다. 산티스투파는 일본 불교 종파의 하나인 일련정종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건설한 기념탑이다.
숙소 근처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산티스투파로 향했다. 기사님은 매우 흥겨운 분으로 우리는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스투파로 올라갔다. 유명한 곳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시간이 지나 노을과 어둠이 깔리는데, 히말라야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라다크는 나에게 또 한 번 감동을 주는구나.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강인함과 위대함 그리고 아름다움 속에 살면, 나도 라다키처럼 순수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본래는 그곳에서 왔으니.
일몰에 취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 보니 버스기사와 약속한 시간이 지났다. 서둘러 내려가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어겼으니 금액을 더 내겠다고 했다. 기사는 웃으며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원래 티베트 사람이야. 중국 정부는 1954년에 우리 가족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어. 그래서 58년에 할머니가 인도로 자식들을 데리고 넘어왔어. 아이들은 총 12명이었는데 10명을 중국군이 죽이고 2명만 살아서 오게 되었지.
그중 한 명이 나의 아빠야. 중국 군대는 티베트인들을 총 쏴서 죽이고 강에 빠뜨리고, 임신한 여성을 죽이기도 했데. 우리 아빠는 그걸 다 목격했지”
우리가 다람살라에 다녀왔다고 하자, 기사는 더욱 흥분해서 말했다.
“내 어머니는 라다크 사람이고 아버지는 티베트 사람이지만 사실 라다크도 토번 왕국이라는 한 뿌리였기 때문에 모두 힘을 합쳐 티베트로 독립해서 사는 것이 소원이야.”
굉장히 고급 어휘를 구사하기에 영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니, 운전기사를 하면서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나서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승객을 만나거나 중국 친구를 만나면 무조건 경계하고 의심해야 해. 혹시 휴대폰을 줘서 받게 되면 스파이로 오해받게 될 수 도 있고, 실제로 중국인은 거의 스파이라 정보를 캐내려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거든. 중국인들은 No mercy, No sympathy한 사람들이야.”
우리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하자 이렇게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문제이지, 중국인들은 착해."
우리도 일본에게 36년 동안 지배당했다는 말을 하며 너희 아픔에 공감한다고 하자.
“너희의 36년은 사실 짧아. 우리는 64년 동안 지배당했고, 아직도 지배당하고 있어. 티베트는 모든 국토가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나라였어. 우리는 티베탄으로서 우리의 국가에서 살고 싶을 뿐이야. 지금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어. 라싸의 금, 진주, 미네랄, 은, 등이 다 채굴되고 있어.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기엔 중국에 이런 말이 퍼졌어.
‘Buddism is evil’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에서 공안은 검사와마찬가지야. 뛰지 말라고 하면 뛰면 안 되고 말하지 말라고 하면 말하면 안 되는 거지.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지금 나의 아버지는 달라이 라마야. 내가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나서 하는 건 달라이 라마의 자유를 위해 기도하는 거야. 내 얼굴과 너희들은 닮았어. 우린 모두 몽골리언 페이스야. 너희의 얼굴은 부처님의 얼굴처럼 생겼어."
우리가 너무 고맙다고 하자 본인의 sns 계정을 알려주며 사진을 함께 찍자고 했다.
"돈을 더 벌어서 도요타 이노바를 사면 그때 꼭 히말라야 투어로 너희를 초대할게.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