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엄마와 결별한 것은 아니지만

의지력에도 한계가 있다!

by 김유진


아이는 ‘갖고’ ‘낳고’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녀를 돌보는 일은 엄청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난 자주 비실대고 아팠다. 환절기에 감기는 기본이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하루살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단 하루살이와 다른 점은 죽지 않고 아침이 되면 깨어난다. 엄마가 된 이후 그렇게 매일 하루를 겨우 살고 초저녁이 되면 바로 기절하고를 반복했다. 그만큼 육아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절대 양육 기간이 유독 힘든 이유는 잠이 부족해서다. 수면 부족은 사람을 참말로 이상하게 만든다. 밤중 수유로 잠 못 자는 고문에 시달려 본 엄마라면 200% 공감할 거다. 일 년간 모유 수유를 했더니 뼛속 진액까지 다 빼앗긴 것처럼 온몸이 기름기 하나 없이 버석거렸다. <의지력 재발견>의 저자, 로이 바우마스터는 책 곳곳에서 의지력에도 한계가 있고 ‘수면 부족과 포도당 부족은 침착한 배우자일지라도 괴물로 바꿔버린다’고 경고한다.


괴물로 변한 순간을 떠올릴 때 충분히 이해된다. 성격이 이상하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육아 현장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의지력 결핍으로 자제력을 잃는 구조다. 피로할 때조차 충분히 잠 못 자는 환경이 나를 괴물로 만들었다. 작은 자극에도 버럭 거리며 화내기 일쑤일 때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인내심이 바닥이라는 신호다. 내 경우엔 두 놈이 티격태격 싸우면서 딸아이가 징징거리는 울음소리를 못 견디면 바로 적신호다.



성격상 잘 쉬지 못한다. 뭐든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 괴로워한다. 내가 맡은 ‘엄마’라는 임무에 충실히 하고자 신체 에너지를 과도하게 쓴다. 아이 곁에 있으면서 강박적으로 무슨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사람처럼 철저하게 이론에 충실하며 아이를 키우려 했다. 만들어 먹이는 이유식은 기본이며 매일 놀이터 순방은 필수, 책 읽어 주기는 목이 쉬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먹기는 대충, 운동은 전혀 못 하고 잠은 줄여서라도 새벽에 일어나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얼마 가지 않아 삶이 피폐해졌다.


육아와 꿈의 균형을 추구했던 삶에서 맥을 못 추었다.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니 기분은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돌아보니 몸을 정성껏 돌보았던 시기는 임신 기간 열 달뿐이었다. 그 이후엔 방치 모드로 변했다. 나보다 아이 돌보는 일에 에너지를 과도하게 쏟았다. 모성이 아무리 본능이라도 장기 육아 전에서 신체 에너지를 돌보는 일은 중요하다.


한 절제력 했던 내가, 쉽게 자제력을 잃는 이유다. 게다가 의지력이 부족한 자신을 보면서 절망하곤 했다니! 남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까지 더해 얼마나 자신을 괴롭히는 구조였던가! 절제력 없고 정신이 쉽게 놓이고 이상해진다 싶으면 ‘내 몸의 안녕’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수유 기간 끝나고 새벽에 무리해서 일어나지 않으니 갑자기 온유해졌다. 짜증 내는 횟수도 줄고 절제력이 급격히 향상되었다. 잠을 푹 자니 새 세상이 열렸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운동은 무슨 운동?’하며 운동하는 시간을 아까워했지만, 하루 최소 30분이라도 운동 시간을 확보하니 몸이 개운해졌다. 건강한 식습관을 자각하고 먹거리에 신경 쓰니 가족뿐만 아니라 가장 큰 수혜자는 내가 되었다. 그렇다고 괴물 엄마와 결별한 건 아니지만 변신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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