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7년간 사교육 없는 세상에서 살던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면서 친구 따라 태권도 학원에 갔다. 그전에 슬쩍 “아들은 태권도에 관심 없니?”물었더니 너무 흔해서 태권도 관심 없다더니 친구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너도나도 다 다니는 태권도, 과연 다녀야 하나?’ 혹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친구 따라 학원엘 가네’ 고민되었다. 운동은 뭐라도 하면 좋을 듯해서 수영이 가능한 체육관이 지어지기만을 기다렸는데 새벽부터 접수해야 가능하다기에 일찌감치 포기했다. 태권도 학원에 매일 가는 게 달갑지 않지만 아이가 원하니 마지못해 허락했다. 몇 달 재미있게 다니다가 어느 날 심한 달리기를 하다가 발을 삐끗하면서 쉬었다. 학원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 놀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에 좋아하는 듯 보였다. 그 틈을 타서 슬쩍 묻는다.
엄마 아들아, 태권도 쉬니까 어때?
아들 좋아.
엄마 품 띠까지 꼭 따야 하는 건 아니지?
(성취욕 강한 아들이 혹시라도 끝까지 하겠다고 할까 봐 내심 걱정하며)
아들 응, 나도 띠 때문에 다니는 건 아니야.
엄마 그럼 태권도 다녀서 좋은 점이 뭐야?
아들 음, 운동한다는 것?
엄마 그래? 운동은 중요하니까.
아무튼, 네가 잘 판단해서 다니고 싶으면 다니고 안 다녀도 되겠다 싶으면 안 다녀도 엄마는 괜찮아.
아들 쉬니까 좋은 점도 있어. 친구하고 실컷 딱지치기할 수 있다는 거.
나는 속으로 돈 굳었다며 쾌재를 불렀다. 친한 친구와 놀기 위해 태권도에 다닌 아이는 이제 놀이터에서도 얼마든지 놀이 친구를 만나면서 태권도에 시큰둥해 보였다. 오히려 주말농장에 가서 개구리, 잠자리, 올챙이를 잡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학교 가면서 오후에 주말농장에 가자고 조른다. 며칠 전에 잡아 온 다슬기를 거북이 집에 넣어주었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
학원 하나 보내니 오후 시간이 훌쩍 도둑맞는다. 충분한 놀이 가능한 시간이 없어지는 셈이다. 하루에 놀이밥을 최소 세 시간은 먹어야 하는데 학교 갔다 학원까지 가면 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학원 시간에 맞춰야 하니 놀이가 끊기고 시간에 쫓긴다. 놀이 전문가 편해문 말대로 놀이도 시간이 충분하고 넉넉할 때 잘 놀게 된다는 뜻이 무엇인지 확인되는 순간이다.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 들렀다 오면 내 입장에서는 그만큼 자유 시간이 생기니 편하지만 자유 시간 갖자고 학원으로 보낼 수는 없다. 8살 아이에겐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배움은 충분하다.
1학년 자녀를 둔 한 엄마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이 스케줄 관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단다. 태권도도 좋아해서 다니고 피아노도 그렇고 미술도 아이가 계속 다니겠다고 해서 놀 시간은 자투리 한 시간도 되지 않는단다. 겨우 한 시간을 어디 가서 놀기도 어려운 애매한 시간만이 남는다며 묻는다. “뭘 끊고 뭘 시켜야 할까요? 아이의 욕구를 존중해주라고 하는데 아이에게 물으면 다 하겠다고 해요. 미술도 끊고 싶은데 그때마다 상을 타 와요. 그래서 끊을 수가 없어요”
엄마 욕심이 투영된 건 아닐까. 아이가 처음부터 사교육을 원했을까. 놀이가 중요하다면 놀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들어야 한다. 놀이가 얼마나 좋은지 직접 경험해야 한다. 놀이 맛을 충분히 알기 전에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노출되면 습관적으로 익숙해진다. 아이에게 배움의 욕구는 본능이다. 소아정신과 서천석 말대로 먹고 자고 쉬고 놀고 그래도 시간이 남을 때 공부하면 된다. 무엇이든 배우는 시간을 포함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많은지 여부를 살펴보면 무엇을 끊어야 할지 보인다.
내 아이는 충분히 쉬고 노는 시간이 있는가? 자녀가 원한다는 핑계 뒤에 욕심이 숨은 건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배우는 만큼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자녀에게 알려주었는지도.
“놀이밥 꼬박꼬박 먹는 아이들은 안 좋은 생각과 안 좋은 기억이 설령 있더라도 놀다가 어느새 잊어버린다. 해로운 것들로 가득 찬 환경 속에 있어도 놀이밥 먹는 아이들은 견딘다. 왜냐하면, 놀면 즐겁고 즐거우면 웃음이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웃음은 모든 것을 이긴다. 놀이는 웃음이다”
놀이밥 삼촌인 편해문이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에서 말한 대로 아이는 웃음이 절로 나오고 땀을 흠뻑 흘리며 놀아야 한다. 놀이의 반대는 공부가 아니라 ‘불안’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불안한 엄마가 아이를 놀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엄마는 아이를 충분히 놀릴 만큼 불안하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편해문이 제안하는 놀이 다섯 가지 실천 방안을 기억하자. 하나, 아이에게 한가한 시간을 준다. (심심해서 죽을 것만 같은 시간을 준다) 둘, 함께 놀 이웃 동무를 만든다. (놀이밥 중요성을 아는 엄마를 사귄다) 셋, 마음껏 뛰어 놀 곳을 찾는다.(자연 가까이 놀 곳을 알아 둔다) 넷, 학습이 나 창의력 등을 놀이와 연관 짓지 않는다. (놀면서 배운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다섯, 하루에 두세 시간씩 놀이밥을 꼬박꼬박 챙긴다. (삼시 세끼 챙기듯 놀이밥도 잊지 말고 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