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풍날

이모 없었으면 어쩔 뻔!

by 김유진


엄마가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 몇 가지 있다.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학교 앞으로 나가 아이를 멀리서도 기가 막히게 짠! 하고 제일 먼저 찾고 엄마를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아이와 한 우산을 쓰고 오순도순 집으로 오는 거다. 또 하나는 소풍날엔 엄마표 도시락으로 꾹꾹 눌러 싼 김밥으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었다. 마침 그런 날이 왔다. 솜씨를 발휘할 날이! 하지만 엄마 살이 십 년 차가 되어도 여전히 뭔가 어설프다. 김밥 싸는 일도 그중 하나다.


자신 없는 만큼 자주 해 먹지 않았고 김밥집에서 사다 먹거나 김에 직접 모든 재료를 넣고 스스로 싸 먹는 마끼를 선호한다. 걱정되는 마음에 시뮬레이션해본다. 시간이 촉박해서 허둥대지 않게 전날 모든 재료를 완벽하게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김밥 터지지 않고 잘 싸는 법도 검색해서 숙지했다. 선배 엄마에게 물으니 김밥이 터지지 않게 썰려면 무엇보다 칼이 잘 들어야 한다고 했다. 썰기 전에 김밥과 칼에 참기름을 바르는 팁도 일러주었다. 내가 싸는 김밥은 늘 쭈글쭈글하고 탱탱하지가 않았는데 이유가 적당한 밥과 준비한 재료를 듬뿍 넣어 꼭꼭 눌러 말아야 하는 거였다.


칼부터 갈아야 하나. 김밥이 터지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전날 연습도 했는데 역시나 실전은 힘들다. 신기하게도 내가 썬 김밥은 모두 터져서 회생 불가능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하는 김밥 모양이 나오기 어려워 보여서 허둥대다 당일 날, 새벽에 옆 아파트에 사는 언니에게 긴급 호출을 했다. 마침 월요일 휴무인 언니는 오래간만에 늦잠 자다 깨서 엄청 황당해했다. 게다가 칼까지 갖고 오라는 부탁에 어이없게 웃었다.


언니는 호출에 부리나케 달려와 선수처럼 척척 김밥을 말고 쓱쓱 예쁘게 썰어냈다. 아들에게 너희 엄마는 김밥도 못 싼다고 놀리기도 잊지 않는다. 난 그저 역시 “이모 최고!”를 외치며 김밥 자투리도 예술이라며 먹기 바쁘다. 재료는 완벽하게 준비했건만. 에고, 결국 아들은 이모표 김밥으로 소풍 갔다. 이모 없었으면 어쩔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