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길을 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제주올레 동료들을 인터뷰하다.
안녕하세요. 제주올레 트레일 부문, 코스운영팀 정지혜입니다.
밥벌이는 제가 대학교 입학할 때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만 20년 차네요.
지금까지 다양한 일들을 해왔는데, 현재 하고 있는 일부터 과거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우선, 지금은 11년째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함께하고 있어요.
제주올레에서는 그동안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해왔는데요.
입사 초반에는 글로벌 팀 업무를 담당했었고, 현재는 코스운영팀에서 제주올레 코스 유지 관리 전반에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코스운영팀에서는 신규 코스를 찾고, 조성하는 일을 시작으로 기존의 길들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인력을 채용하고, 운용하는 일들을 해요. 또 제주올레 코스, 길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올레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국제회의나 전시, 컨벤션 등을 기획하는 일을 했어요.
대학교 졸업 후 처음 시작한 일이었고요. 대학 시절엔 학업과 병행한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언젠가 꼭 걸어 보고 싶었고, 꼭 걸어 볼 예정이었어요.
그 길을 걷기 전에 연습 삼아 제주올레길을 걸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주올레길을 걷게 된다면, 오랜 시간 걸어야 하니 그냥저냥 걷기만 하지 않고, 그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걸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나는 제주올레길을 걸을 예정인데 그때 내가 무엇을 하며 걸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담아 제주올레 대표 이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죠. 저는 현재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제가 갖고 있는 장기와 재능은 이런 거예요 라는 내용도 함께요.
제 이메일을 확인한 제주올레에서 이력서를 보내달라는 뜻밖의 회신이 왔어요. 이력서는 왜 보내 달라고 하는 거지? 라며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이력서를 작성해서 보냈죠. 그리고 며칠 후 당시 제주올레 사무국장이었던 안은주 이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올라갈 예정인데 잠깐 만날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서울에서 면접 아닌 면접을 보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에게 이력서를 요청하신 이유도 알게 됐죠. 제가 이메일을 보냈던 그 해가 바로 제주올레걷기축제를 처음 시작하던 해였고, 제주올레가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WTN)라는 국제회의를 처음으로 준비하고 있던 해였어서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전시 컨벤션 관련 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던 거예요. 때마침 제가 이메일을 보내게 된 거고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우연이라 생각해요.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서울에서 면접을 보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저는 서울의 일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왔고,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산티아고 길을 걷기 전, 연습 삼아 걸어보려 했던 제주올레길을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상태로 제주올레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거죠. 정말 우연히요.
안 이사님의 첫인상은 한 마디로 카리스마 뿜뿜이었어요.ㅎㅎ 면접을 위해 제가 일하던 사무실 근처로 오셨는데요. 점심시간에 맞춰 갈 테니 같이 점심 먹으며 간단하게 면접을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 자리에는 안 이사님의 딸 지민이와 강민아 선배님도 함께 했어요. 그렇게 처음 만난 분들과 식사하며 면접을 보는데, 면접에서 주로 나누는 이야기들은 하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나눌법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 입장에서는 여차하면 제주도로 이사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지금 하던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했었죠.
시간이 흐르고 안 이사님께 들었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때 면접을 보시고 제주로 내려가신 안 이사님이 제주올레 사무국 식구들에게 "눈빛이 똘똘한 아이를 만나고 왔어"라고 하셨다고 해요.
저 역시 안 이사님의 첫인상은 딱 그런 느낌이었고요.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제주올레와 처음 인연이 된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나고, 많이 생각이 나요.
이전 밥벌이는 말 그대로 밥벌이였어요.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과 목적으로써의 일이었죠.
일을 해서 번 돈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어서 그 일을 했어야만 했던 밥벌이요.
반면에 저에게 제주올레의 일은 오직 수단과 목적으로써의 일은 아니에요.
이 공간에서 함께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공과 사가 구분이 안될 때도 많지만, 일상이 섞여 들어 있는 곳이라 온전히 수단과 목적으로써의 밥벌이는 아니고, 반반인 것 같아요.
제주올레는 돈벌이 혹은 밥벌이가 아닌 개인의 일상이 녹아들어 있는 삶의 공간으로써도
실제로 기능을 하고 있고, 그렇게 돌아가는 조직인 것 같아요.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필요로 하는 것과 조직이 나를 필요하는 것의 발란스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조직에게 많은 것을 바라고, 조직이 나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데 서로 채워주지 못했다면
이 조직은 오랜 시간 저를 먹여 살려주지 못했을 거예요.
서로가 원하는 것의 균형이 잘 맞았던 것. 그것이 가장 큰 이유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이요. 저에겐 지금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질문들을 받고 있자니 더 인상적이고, 주연과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서로 마주 앉아 눈 마주치며 이야기 나누고,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글로 표현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져요.
어느 날 함께 일하던 후배가 저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더라고요.
지난 시간들 중에 후회되는 순간은 없었냐고, 다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요.
그 질문에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다.'라고 대답했어요.
"그때의 나는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때처럼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기보다는, 앞으로의 시간을 더 기쁘게 맞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를 더 많이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고 했죠.
일단, 올해 제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마무리되고 끝이 보일 때, 이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려고요.
최근 많이 생각하고 있던 것이기도 한데요.
사람마다 본인이 직면한 상황에 따라서 생각하는 순서들이 다 다를 테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우리의 일들을 해나갈 때, 일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는
그 주체가 나 자신이기보다는, 우리, 제주올레 또는 제주올레 길이라고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제 앞에 있는 주연이요.
제가 봐왔고 경험했던 제주올레 식구 중 가장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가장 반듯하고, 단점이 좀 안 찾아지는 그런 사람?
무조건 칭찬하자는 건 아닌데, 영감이란 단어를 들으니 떠오른 사람이 바로 주연이네요.
주연은, 여러 가지 좋은 면의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동료들은 늘 저에게 가르침을 주는 존재예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만큼 동료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 동료들도 그렇고, 일을 할 때나 개인적인 사담을 나눌 때
되도록 편견을 내려놓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면 좋겠어요.
배려요. 이기적인 사람 나빠요
음 매우 개인적인 질문이라 곰곰이 생각하고 답변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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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숫자 3이요.
제가 개인적으로 지향하고 소망하는 저의 이미지가 숫자 3이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저는 1등, 1번, 첫 번째는 아닌 사람이에요.
리더 타입은 절대 아니고, 리더가 될 마음도 없죠.
그렇다고 2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1을 서포터 하거나 지지하는 그런 타입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3은 스스로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1 그리고 2와 더불어 묵묵히 함께하는 그들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서포터가 되어주는 사람.
실제로 그런 위치에 있을 때 저의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스트레스를 받은 장소와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으려고 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엇보다 환기가 중요하고, 필요하거든요.
요즘 저의 새로운 취미는 식자재 탐구 및 구입인데요. 최근 제철 식자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어요.
신선도가 높은 제철 식자재를 구입하면 요리를 하지 않고 먹어도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 참 좋아요.
5년 후에는 내 집을 짓기 시작할 것 같아요.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가능하면 빨리 은퇴해서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단순히 먹고, 자고 하는 삶의 공간으로써의 집이라기보다는 정말 나다운 일상을 보내고,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5년 후 제가 짓기 시작하는 집에 잘 적응해서 여생을 마감하는 것이요.
독립적인 공간에서 독립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이자 꿈입니다.
인터뷰에 함께해주신 정지혜 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