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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일무이레코드 Aug 12. 2021

가장 나답게 퇴사한 이야기

이렇게 퇴사하는 사람도 있어요!

브런치에 발행하는 나의 첫 글, 첫 이야기는 지난 1월 말 퇴사한 이야기다. 


7년간의 제주살이 중  4년을 함께한 

유일무이한 길이자, 유일무이한 일터인 (사)제주올레에서 퇴사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제주올레 길을 만들고,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https://www.jejuolle.org/office/kor/default.asp


나는 제주올레 홍보마케팅실 팀원으로 입사해 제주올레 길을 기반으로 

기념품, 여행, 올레 스테이 운영,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 퐁낭의 기획팀 선임연구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스물일곱 살의 사회 초년생이었던 내가 서른한 살의 어엿한 사회인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참 많은 일을 했고, 해내고, 배웠다. 또 그 과정에선 울기도, 웃기도, 넘어지기도, 다시 일어나기도 하면서  많이 컸고, 단단해졌다.

 

누군가 나에게 제주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게 뭐야?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제주올레에서의 경험'이라고 답할 만큼

제주올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에- 나를 가장 나답게 반짝이며 일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일터였다.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서울로 이동하게 된 짝꿍(허즈밴드)의 회사 상황이 시발점이었다. 제주 삶에 대한 애정과 만족이 컸던 것은 우리였고, 제주에서 각자의 일을 잘 해내고, 잘 살고  있던 우리였어서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지만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짝꿍은 서울로 올라갔다. 

정신없이 지나간 이 상황을 덤덤하게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제주와 서울,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잘 지내보는 것이 우리에겐 최선이었다. 늘 함께 있던 둘이 떨어지게 되니 많이 허전했지만 그렇게 약 1년을 주말 부부, 한 달 부부로 따로, 함께 지냈며 잘 보냈다. 그리고 어김없이 꾸준히 해오던 주거처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확실히 서로 떨어져 있다 보니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이 생겨났고 이대로 계속 떨어져 지낼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제주에 남아있는 내가 그동안의 제주 삶을 천천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제주에서 하고 있는 일과 일터에 대한 애정이 컸던 나였어서 퇴사를 결정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짝꿍인지라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었고, 제주에서의 시간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퇴사를 결정했다. 일 욕심도 일복도 많은 나는 제주올레에서 참 다양한 일을 해 왔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았다. 매년 제주에서 새로운 일들을 펼쳐나가고, 그 가치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연결될 수 있는 제주올레의 일이 나에게 참 잘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고도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아쉬워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있는 동안 최대한 즐겁게 잘 지내고, 즐거운 일들을  하며 마무리해보기로 했다. 퇴사를 그저 아쉬운 일로만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다음 스텝으로 가기 전에 거쳐야 하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은 역시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전환하다 보니 마음도 한결 편해지고, 애정 하는 제주와 일터를 떠난다는 것이, 꼭 아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배우고, 쌓아 온 경험으로 더 넓고 큰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답게 퇴사할 수 있을까?

그동안 나와 함께해 준 소중한 일터와 동료들에게 떠나는 사람으로서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다.




동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명은 애정 하는 일터를 떠나는 퇴사자의 기록, 재조명 프로젝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기 좋아하는 내가 생각한 가장 나다운 퇴사 방법이었다.


인터뷰 프로젝트의 주제는 '재조명'

동료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의 존재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일터, 제주올레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제주올레길의 존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 길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는 제주올레가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재조명 인터뷰 프로젝트 기획 의도와 취지는 다음과 같다.

1) 애정 하는 일터를 떠나는 퇴사자가 함께한 동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존재를 재조명한다.

2)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제주올레에서 일하는 '나'에 대해, 

     우리의 일터인 '제주올레'에 대해, 꾸준히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3) 인터뷰를 통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 서로가 연결되길 바란다.

4)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는 제주올레길은 이런 사람들이 만들고 있구나.

     더 욕심내자면, 나도 제주에서 산다면, 제주올레서 좋은 동료들과 가치 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퇴사를 한 달 앞두고 퇴사자의 <재조명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와 목적을 동료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한 달이란 시간은  동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데에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동료들을 인터뷰할 순 없어도 할 수 있는 데 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우선 <재조명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글과 더불어 인터뷰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내용을 정리해 

전체 구성원들이 소통하는 SNS 공지에 띄웠다. ▼

나도 그렇고, 동료들도 각자의 일에 바쁜 와중에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서 설명하고, 설득하며 진행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료들이 가장 빨리, 잘 확인할 있는 방법을 찾았다.  



길 위의 무지개를 만드는 ‘우리 존재’ 

 <재조명>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의도와 취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여러분이  늘 궁금했어요.

일로 만난 사이라도 말이죠.

당신은 분명 보이는 게 다가 아닐 거라 생각해요.

조금 더 가까이에서- 제대로 알아보고 경험하고 싶어요.

그래야 우리가 ‘함께 하는 일’도 더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 믿거든요.

제주와 제주올레에서 살아가는 당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인터뷰를 통해 반짝이는 당신의 존재를 재조명하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뜻밖의 답을 찾고, 연결됩니다.  

참 다르다고 생각했던 누군가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 거예요. 

다양한 색이 모여 하나의 무지개를 만드는 우리 동료들 ‘각자의 색을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종종-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가치가 

또 우리가 일하는 조직의 가치가 정신없이 지나가는 

일에 묻히고, 상황에 묻힐 때  참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풍족한 환경의 일터는 아니지만, 좋은 가치에 공감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멋진 동료들 틈에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들을 위해 이곳을 떠나는 퇴사자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재조명 프로젝트>입니다.

여러분 개개인의 가치와 존재를 고스란히 담아낼 순 없어도 

새롭게 발견하고, 다시 반짝일 수 있도록 재조명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곳에서 일하는 ‘나의, 너의, 우리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서로 조금 더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퇴사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총 11명의 동료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해 주시고, 응원해주었다.

그동안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던 동료, 늘 궁금했던 동료,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동료 등 또래들을 포함해 팀장님, 국장님, 이사님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했다.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것이 처음인 엉성한 인터뷰어인지라 긴장됐지만, 안 그러 척하느라 힘들었다.

인터뷰는 시간은 최대 한 시간으로 정해놓았다. 

동료와 내가 마주 앉아 대화하는 그 순간, 최대한 동료에게 집중하기 위해 모든 내용을 녹음했다. 

동료들 또한 대부분 인터뷰 경험이 처음인지라 쑥스러워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답변해주는 태도와 마음에 감동하기도 했다. 평소라면 쉽게 갖지 못했을 1대 1 인터뷰 시간이 곧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 되었다.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길 참 잘했구나 생각했고, 희열이 생겼다. 

바쁜 하루하루의 틈에서 우리는 이렇게 서로 눈 마주치고, 귀 기울이며 대화한 시간보다 스쳐 지나간 시간이 더 많았구나 란 생각에 뭉클해기도 했다. 이렇게라도 진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소중했다. 또 그 시간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어 감동이었다. 이렇게 쌓인 인터뷰 기록이 콘텐츠로 공유되고 나면,  나만 느끼고 있던 이 감동을 우리 동료들과 함께, 또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벅차고 기대된다. 



재조명 프로젝트의 동료 11인의 인터뷰는 이 브런치 채널을 통해 연재될 예정이다.

유일무이한 길이자 유일무이한 일터,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유일무이한 사람들

제주올레 사람들의 이야기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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