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서 아름답습니다
/김 모루
뭐든 안 되는 그런 날엔
격려도 위안이 되지 않지요
그럴 땐 바다로 나가요
몸을 날려버릴 돌풍이
해안에 바람을 뿌려대면
강철빔 박은 빌딩 외엔
모든 게 흔들려대지요
나무도 뿌리 뽑힐듯한 폭풍의 기세에
바위를 잡고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아주 무심한 난
위대한 원칙을 지키죠
흔들리지 않으리라
허나 비웃기라도 한 듯 세상은 길길이 날뛰었죠
바다도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폭풍에 모래를 할켜잡고 있었는데도요
갑자기 나만을 지키려던 옹졸함에
얼굴 붉혔던 지난 시간이
부끄러워졌어요
모든 건 흔들려서 아름다웠어요
끊임없이 변화하여
창조한 생의 한가운데에
이미 놓여 있었어요
우리의 운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