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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Oct 25. 2024

번 아웃

한 편의 시


번 아웃 / 모루

쓰리 아웃도 아닌데 들어갑니다

이미 다 타서 재만 남았거든요

난로 안의 붉은 심장을 잃어버려

이불 위에서 쓰러져 있어요

번민 속에 연애도 못해 보고 삼 년을 달렸는데

대학은 이 년간 비대면 공강 수준이에요

알바로 피곤한 육체와 정신적인 고갈을

채우려면 사막으로 가야 할까요

계속 참고 오르기만 하는 산은 이젠 지겨워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연애는 귀찮아요

그냥저냥 노트북으로 시간을 보내지요

날개를 상실하여 열린 새장에서 도망가질 못해요

눈의 렌즈는 빡빡하니 내 시선을 누르며

나를 억압하고 있어요

피로가 쌓인 거리엔 이미 진 꽃들이 이리저리

밟혀 쓰레기가 되고 있어요

나는 녹아웃도 아닌 번 아웃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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