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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Nov 13. 2024

적갈색 눈사람

한 편의 시

적갈색 눈사람

내가 떨어뜨린 것은 눈물이 아니다

우연히 선물 받고 남 주기 싫었던

만년필도 아니다

싸구려 적갈색 포도주다

손등에 퍼지는 찬 기운의 포도주

여름을 향하는 기차에 눈이 내린다

서러운 피자 한 조각에

고독 한 모금을 꿀꺽 삼킨다

눈을 슬며시 떠 보면

선홍빛으로 고인 못 건너편 유리 동굴에

고독으로 똘똘 뭉쳐진

눈사람이 보인다

동굴이어서 숨이 붙어 있는 존재로

생각의 그물에 갇힌 채

포도 향기에 취해 비틀대다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펴 놓인 노트에

두 방울의 포도주로 탈출한 빠삐용,

고독은 적갈색 눈사람이 된다

고독은 이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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