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
때는 양해중 씨가 CA 시간에 영화 <하나와 앨리스>를 관람한 후 아오이 유우 사진을 모으던 2005년 봄이었다. 정부 5개 부처에서 합동으로 매년 3~4월을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 신고 기간으로 설정하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담화문>을 발표하고, 학교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직 경찰들이 교내 상주하는 스쿨폴리스(School Police) 제도가 부산에서 시범 운영되었던 이때, 분당의 어느 대형마트에서 일어난 이 일을 양해중 씨와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이로운 씨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행렬은 아무것도 쥐지 않은 할머니, 카트를 쥔 엄마, 휴대전화를 쥔 로운 순이었다. 수십 년 간 월별로 새 김치를 담아온 할머니의 진두지휘 아래 엄마는 착실히 카트를 채웠고, 로운은 휴대전화를 통해 친구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용히 수다를 떨었다. 고2가 된 로운이 작년부터 가장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은, 이들과 친해졌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몇 년 전만 해도 멀게 느낀 무리였다. 같은 중학교에 다녔지만 말 한마디 섞어본 적이 없었고, 저들이 자신과 같은 인문계로 진학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던… [더 보기]